[실용기타]신화를 쓰는 마라토너 요슈카 피셔

  • 입력 2005년 11월 5일 03시 07분


◇신화를 쓰는 마라토너 요슈카 피셔/마티아스 가이스 외 지음·정계화 옮김/476쪽·1만5000원·궁리

독일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의 한 사람. 뚱뚱하다는 이유로 이혼 당한 뒤 줄기찬 달리기로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 대개 이렇게 알려진 독일 외무장관 요슈카 피셔(57).

이 평전에서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그의 드라마 같은 인생 역정이다. 도축업자의 아들로 태어나 고등학교를 중퇴해야 했으며 20대 청년기엔 거리에서 돌을 던지고 시민사회를 부정하면서 폭력적인 인민민주주의 혁명을 꿈꾸었다.

30대엔 택시를 운전했고 헌책방을 운영했다. 사람과 책을 만나고 인생을 배운 것이다. 거리 투쟁으로 일관했던 20대와 비교해 보면 중요한 변화였다.

1981년 녹색당 입당은 피셔 인생의 일대 변신이었다. 폭력 혁명을 버리고 현실론을 수용한 것이다. 그 결과 1985년 헤센 주 환경장관에 취임하고 1992년엔 드디어 연방 외무장관에 올랐다.

저자들은 그 같은 변신에 주목한다.

“그의 변신은 기회주의가 아니라 현실 직시다. 독학으로 철학서를 읽었지만 한 사람에게 빠지지 않았다. 하나의 고정된 이론으로 세상을 보지 않고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중시한 것이다. 폭력 혁명을 포기한 것도 거기엔 사람이 빠져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원제 ‘Der Unvollendete’(2002).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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