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음악파일 무단사용자 소환놓고 고민

  • 입력 2005년 11월 5일 03시 07분


“1만여 명을 모두 조사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고….”

검찰이 인터넷상의 음악저작권과 관련된 사건으로 고소를 당한 1만여 명에 대한 소환 조사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음반기획사와 제작사의 저작권 보호를 대행하는 업체인 노프리가 누리꾼 1만257명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것은 지난달 7일. 누리꾼들이 포털 사이트 블로그를 통해 음악 파일을 무단으로 배포하거나 공유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누리꾼들의 불법 행위를 방조했다는 혐의로 고소됐다.

그러나 수사에 착수한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이건리·李建(리,이))는 고소된 사람이 1만 명을 넘는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절차대로 한다면 피고소인 전원을 검찰로 불러 조사해야 하지만 대상자가 너무 많아 애로가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

주임검사는 “1만여 명을 조사한다면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는 데 드는 종이 값만 해도 엄청날 것”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고소인이 피고소인의 이름 등 인적사항을 고소장에 기재하지 않고 블로그에 나타난 ID만 적어 고소한 점도 검찰의 부담을 더해 주고 있다. 검찰은 ID를 역추적해 인적사항을 파악해야 했다. 가명으로 블로그 등록을 한 일부 피고소인의 경우 추적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피고소인들이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어 소환 조사를 한다면 외딴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서울로 올라 와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고심을 거듭하던 형사6부는 ‘1만여 명 전원 소환 조사의 적절성’에 대해 대검찰청에 판단을 요청했다. 현재 400만∼500만 명에 달하는 누리꾼들이 음악파일을 무단 사용하고 있어 고소가 이어질 경우 검찰의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조치였다.

이 부장은 “고소사건 한 건에 엄청난 시간과 인력을 투입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며 “디지털 콘텐츠 불법 이용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정부의 방침과 수사 현실 사이에 정책적인 접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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