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72>非(아닐 비)

  • 입력 2005년 11월 9일 03시 10분


非의 자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설문해자’에서는 ‘위배되다(違·위)는 뜻이며, 飛(날 비)자의 아랫부분 날개를 본떴다’고 했다. 즉 날아가는 새의 모습을 그린 飛에서 머리와 몸통이 제외된 모습으로, 왼쪽은 왼쪽 날개를 오른쪽은 오른쪽 날개를 그렸으며, 양 날개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나란히 펼친 데서 ‘나란하다’와 ‘등지다’의 뜻이 나왔고, 다시 부정을 표시하는 단어로 쓰이게 되었다.

그래서 非로 구성된 글자들은 ‘나란하다’와 ‘위배되다’의 두 가지 뜻을 가진다. 먼저, ‘나란하다’의 뜻을 가지는 경우로, 輩(무리 배)는 양쪽으로 나란히(非) 줄지어 선 수레(車·거)의 대열의 모습에서 ‘무리’의 뜻이, 다시 年輩(연배)에서처럼 어떤 특성으로 한데 묶여진 그룹이라는 뜻이 나왔다.

또 扉(문짝 비)는 양쪽으로 나란히(非) 열고 닫도록 고안된 문(戶·호)을, 비(곁마 비)는 예비용으로 곁(非)에 달고 가는 말(馬·마)을, 徘(노닐 배)는 양쪽(非)을 이리저리 거닐며(척·척) 왔다 갔다 함을, I(도지개 비) 뒤틀린 활을 양쪽(非)으로 끼워 바로잡는 나무(木·목)로 만든 틀을 말한다.

둘째, 날개가 서로 ‘등지게’ 펼쳐진 모습에서 ‘위배되다’의 뜻이, 나아가 ‘옳지 않다’는 뜻이 생겼다. 예컨대, 罪(허물 죄)는 망(망·그물 망)과 非로 구성되어 옳은 것에 위배되는(非) 것들을 모조리 그물(망)로 잡아들임을 말한다. 또 고(기댈 고)는 옳지 않다(非)고 보고할(告·고) 때는 반드시 ‘신빙성’을 확보해야 함을 그렸고, 誹(헐뜯을 비)는 사실이 아니게(非) 말함(言·언)을, 靡(쓰러질 미)는 마취 성분을 가진 대마(麻·마)에 의해 정상적이지 않게(非) 된 상태를 말한다.

그런가 하면, 排(밀칠 배)는 위배된다(非)고 하여 손(手·수)으로 ‘밀쳐내’ 排斥(배척)함을, 悲(슬플 비)는 그렇게 배척되었을(非) 때의 ‘슬픈’ 마음(心·심)을 말하며, 俳(광대 배)는 인간(人·인)의 범주에서 배척된(非) 존재라는 뜻으로, 광대를 비인간으로 보았던 심리가 반영되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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