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정부를 향해 ‘취재원 비밀 보장’의 입법화를 촉구하다가 이제는 ‘밀러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또 리크게이트를 작심하고 파겠다고 나서고 있다. 밀러에 대한 부담 없이 홀가분하게 가겠다는 것이다.
리크게이트에선 반성해야 할 일이 많다. 무엇보다 저널리즘 작동 시스템의 구조적인 결함이 문제다. 지난달 말 뉴욕에서 열린 온라인뉴스협회(ONA) 연례총회에서 아서 설즈버거 주니어 뉴욕타임스 발행인이 고백한 실패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뉴스란 믿을 만하고 가치 있어야 하며 진실성을 담보해야 하는데 거기에 실패했다. 둘째, 경쟁 때문에 속보에 매몰돼 충분히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셋째, 수용자와의 대화에 실패했다. 넷째, 변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위력을 간과했다. 다섯째, 윤리적 가치만이 전통적인 저널리즘의 존재를 보장해 준다는 점을 잊었다. 여섯째, 젊은 세대를 저널리즘의 영역으로 끌어들이지 못했다.
신뢰, 진실, 윤리 등에 관한 지적은 과거부터 제기된 문제지만 여기에다 인터넷과 젊은 세대에 대한 고민이 더해졌다. 자세히 보면 고민의 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고민들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화학작용을 일으켜 전혀 다른 고민을 낳고 있다.
‘인터넷시대 저널리즘에서 멀어져 가는 젊은 세대를 되돌려 놓기 위해서 저널리즘의 신뢰, 진실, 윤리를 지킬 수 있는 생산 관행이 변해야 한다’는 결론은 저널리즘을 통째로 바꾸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블로그의 콘텐츠 생산 방식인 수용자와의 대화를 받아들이고 인터넷상에 공고하게 구축된 커뮤니티의 실체적 권력을 인정하고 끌어안아야 한다는 주장은 100년 넘게 객관주의를 기치로 삼아온 전통적인 저널리즘과 대척점에 있다. 이보다 더 눈길이 가는 고민은 젊은 세대에 대한 대책이다. 설즈버거 발행인은 젊은 세대가 공동체에 참여해 좀 더 큰 이슈들에 관심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런 판단의 바닥에는 젊은 세대가 사회적 존재감을 잃고 있는 것이 저널리즘 위기의 본질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자신들에게 사회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를 일깨워 줘야 전통적 저널리즘의 덕목들이 이들에게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려면 인식론과 존재론 또는 내용과 방법 두 차원의 접근법이 필요하다. ‘사회’라는 전통적인 저널리즘의 가치를 좀 더 강화하되 이를 젊은 세대의 방법론을 통해 제시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지만 늦출 수 없는 일이다.
김사승 교수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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