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기자의 무비홀릭]앙드레 김과의 영화토크<下>박찬욱 감독

  • 입력 2005년 11월 10일 03시 02분


▽기자=잔인한 영화를 싫어하시죠?

▽앙=저는 가족의 굉장히 따뜻한 사랑, 아름다운 사랑의 분위기를 좋아하지 폭력이 지나치거나 잔인한 영화는 참 싫어해요. 물론 할리우드에서는 10년, 20년 전부터 우주시대를 다루는 ‘터미네이터’ 원 앤드 투, 그리고 많은 액션영화들이 나왔지만요.

▽기자=지금 한국 최고 감독이랄 수 있는 박찬욱 감독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준 ‘복수 3부작’은 잔혹하기 그지없는데요.

▽앙=‘친절한 금자씨’는 이영애 씨가 초청을 해서 VIP 시사회 때 갔었거든요. 저는 그러한 복수는 통쾌하게 생각했어요. 임신을 했던 여성이 억울하게 7년이나 옥고를 치르고 나왔으니까, 복수가 통쾌했죠. 하지만 저는 영화는 메시지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아름다운 마음을 갖게 하고, 교훈을 줄 수 있고, 정의감과 진실되게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메시지요. 왜, 할리우드 영화에는 ‘악인은 지옥으로…’, 이런 메시지가 있잖아요? 영화 제목이 아니죠? 착한 사람은 행복하게 되고 일그러진 마음을 가진 사람은 죽게 되잖아요. 그 점이 참 좋아요. 요즘 영화에서는 ‘관객 여러분의 상상에 맡깁니다’ 하는 엔딩이 많아 너무 너무 싫어요.

▽기자=최근 한국영화 중 아쉽게 생각하는 작품이 있다면….

▽앙=‘가문의 위기’인가요? 히트가 되어서 영화사에서는 기뻐하실지 모르겠지만 사람을 ‘괴기화’하고 ‘희극화’하는 건 호감이 안 가요. 물론 흥행이 참 중요하다는 걸 저도 인정하죠. 지나치게 예술적인 영화는 흥행이 안 되는 게 세계적인 상식이죠? ‘망가진다’는 표현을 많이들 쓰지만, 자기를 망가뜨리면서 흥행이 되게 하는 건 예의, 교양, 지성을 갖추는 데 좋은 영향을 못 미쳐요. 음…, 아, 미안합니다.(생수를 크리스털 컵에 따라 한 모금 마신 뒤) 예를 들어, 뭐 이렇게 담배를 꼬나물고 팔짱을 끼고 폼을 잡고 하는 조직 깡패의 이야기도 많지만 정서적으로 좋지 않아요. 시나리오 쓰시는 분들도 지식의 양식이 되고 기쁨이 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글이면 더욱 이상적이잖아요? 세계문학전집은 그런 글들로 가득 찬 거죠?

▽기자=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는 근친상간을 소재로 한 영화인데요.

▽앙=아, 너무 잔인해요. 유지태 씨가 누나하고 관계하는 걸 최민식 씨가 학교에서 보고 소문을 퍼뜨리죠. 또 유지태 씨는 보복을 하기 위해 최민식 씨가 그 딸과 근친상간, 관계를 맺게 하지 않아요? 참, 어떤 델리케이트한(delicate·미묘한) 심리 표현은 아주 훌륭한데요. 박 감독님은 천재적인 감독이시지만, 세계적인 상식이란 게 있잖아요? 바른 소리를 하시는 분들이 너무 없었어요.

▽기자=최근 가장 감명 깊게 보신 영화가 있다면.

▽앙=‘AI’. 아티피셜 인텔리전스(Artificial Intelligence)죠?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지능이란 뜻이죠? 아유, 너무 너무 불쌍해요. 그 아이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아기인데도 부모를 그리워하는 가슴 아프면서도 아름다운 정신세계, 그리고 미래 지향적인 환상적인 분위기의 표출….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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