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절미하고, 영화 ‘소년, 천국에 가다’는 예상과는 다르다. 소년이 어른이 된다는 설정에서 톰 행크스 주연의 ‘빅’을 어쩔 수 없이 생각나게 할 것이다. 하지만 ‘빅’이란 단어는 이 영화를 손쉽게 포장하는 ‘약’인 동시에, 이 영화에 대해 지레짐작했다가 성급히 실망하게 만드는 ‘독’이기도 하다.
영화 속 주인공이 ‘빅’에서처럼 다시 소년으로 돌아가는 대신 93세 할아버지로 인생을 마감한다는 설정에서 감지할 수 있듯, 이 영화는 하루아침에 몸과 정신이 동떨어지는 데서 오는 기절초풍할 에피소드들을 조목조목 늘어놓는 데는 애당초 관심이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나른하고 초현실적인 공기를 섞어 사랑의 정의를 설파하는 쪽을 택한다. 이용복의 노래, 만홧가게, 로봇 태권 V, 눅눅한 카바레와 같은 1970, 80년대의 아이콘들이, 디테일이 갖는 ‘맛’을 잃고 둥둥 떠다니는 것도 영화가 자초한 운명이다.
진심이 늘 감동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 경우 진심은, 심심하다. ‘배니싱 트윈’의 윤태용 감독 연출. 10일 개봉. 12세 이상.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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