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2월 어느 날 밤 나는 세찬 눈보라를 맞고 안면마비로 쓰러졌다. 야속하게도 이른바 풍이라는 놈이 오른쪽으로 온 것이다. 더는 야간 사역을 할 수 없게 되었고 고통과 절망과 함께 누워 세월을 낚아야 했다. 하나님은 긴 기다림 끝에 나에게 마음의 평화를 선물로 내려 주셨고, 그 고요한 마음 위로 새로운 비전을 그려 보여 주셨다. 장애인과 함께 하는 ‘장함 사역’의 시작이다.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쓰러진 후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과 불편함을 몸소 체험한 것이다. 머리나 책으로가 아니라 몸으로 직접 경험한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모양이다.
새로운 일의 시작은 딛고 일어섬의 기쁨과 함께 건강도 허락했다. 이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초조함과 절망감은 안개처럼 사라졌다. 하나님은 내게 밤낮으로 두 가지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을 선물로 주신 것이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절망은 없다. 포기해서는 더더구나 안 된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칠지라도 그것을 헤쳐 나갈 수 있는 길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시인은 “길이 있어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으로써 길이 생기는 것이다”라고 읊었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서라도 가는 것이 창조적 삶이다. 그것이 살아 있음이요 생명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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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성 목사·장함공동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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