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성악가들에게 물어 보면 ‘체형과 노래 실력은 별개’라는 ‘공식 답변’을 듣기 마련.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만나는 오페라 가수 중에는 몸이 ‘넉넉한’ 사람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살을 뺐더니 소리가 달라졌다”는 말도 흔히 듣는다.
“2주 동안 4kg을 뺐더니 (오페라)단장님이 소리가 흔들리니까 살을 빼지 말라고 하더군요.”(국립오페라단 소프라노 오미선)
음악계에서는 ‘베이스들은 대체로 목이 길고 키도 큰 반면, 테너는 몸집이 작고 목이 짧다’는 등 체형에 얽힌 속설이 많다. ‘러시아는 베이스가 강하고, 이탈리아는 테너가 강하다’는 말도 이와 맥락이 닿는 주장.
국립오페라단원인 베이스 함석헌 씨는 “체형과 소리(성량)는 관계가 있다고 본다”며 “스피커의 앰프가 클수록 베이스음이 강해지고, 바이올린과 콘트라베이스의 울림도 다르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오페라 가수들의 배가 나오는 이유를 복식 호흡에서 찾았다.
‘몸의 증상학’의 저자인 홍명호 전 고려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복식 호흡을 하면 횡경막 아래 허파꽈리까지 모두 숨쉬는 데 사용하기 때문에 숨을 내쉬는 양이 많아지고 자연히 성량이 풍부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복식호흡을 할 경우 배 둘레가 얼마나 늘어날까? 함 씨가 직접 시범을 보여줬다. “후욱” 하는 소리와 함께 그가 숨을 들이마시자 배가 불룩해졌다. 그는 “평소 허리 사이즈는 34인치인데 최대 38인치까지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무대 의상을 제작할 때는 숨을 한껏 들이마셨을 때(=배가 가장 많이 나온 상태)를 기준으로 한다. 국립오페라단의 양정인 의상팀장은 “보통 남자는 2∼3인치 정도, 여자는 1∼2인치 정도 평소의 배 둘레와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오페라 가수들은 흔희 무대에 서는 것을 ‘공연한다’ 대신 ‘연주한다’고 표현한다. 오페라 가수들에게 ‘몸은 곧 악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표현.
소프라노 오 씨가 들려준 일화는 성악가들이 얼마나 자신의 ‘악기’를 소중하게 다루는지를 엿보게 한다.
“여자 성악가는 출산할 때 제왕절개를 피한다. 배를 가르면 호흡하는 ‘길’이 끊어지고, 배의 근육이 예전처럼 뭉쳐지지 않는다는 속설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48시간을 꼬박 진통을 참으며 자연분만하기 위해 버텼다. 결국 의사가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고 하자 나는 수술실에 들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문을 붙들고 외쳤다. ‘안돼요, 선생님. 저는 소프라노란 말이에요!’”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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