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련계 대학인 일본 조선대 강성은(康成恩·55) 교수는 14일 이토의 수행 비서였던 스즈키 게이로쿠(都筑馨六)가 그해 11월 18일 을사늑약이 체결된 뒤 일왕에게 올리기 위해 12월 9일 작성한 복명서 초안의 원문 사본을 공개했다.
한자와 일본어로 쓰인 이 복명서의 24행은 ‘한국 황제는 대체로 이번의 제안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고’라고 쓰여 있었으나 ‘하는 것이 아니고’ 위에 줄을 긋고 바로 옆에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으로 고쳐져 있다.
강 교수는 1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2001년 일본국회도서관에 소장된 ‘스즈키 게이로쿠 관계 문서’에서 이를 찾아내 그해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린 국제토론회에서 그 내용을 공개했고 2002년 일본에서 ‘을사5조약 연구’라는 책을 통해 이를 발표했으나 원문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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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태진(李泰鎭·국사학) 교수는 “지금까지 일부 일본학자들은 이 복명서의 최종본 내용과 을사오적이 조약 체결 후 고종에게 바친 ‘오대신상소문’을 근거로 삼아 고종의 협상지시로 조약 체결이 이뤄졌으므로 을사늑약이 합법적이라고 주장해 왔다”며 “그러나 복명서 초안의 조작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 같은 주장의 근거가 취약해지게 됐다”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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