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MBC드라마 ‘달콤한 스파이’ 탤런트 최불암

  • 입력 2005년 11월 16일 03시 02분


왕년의 조폭 두목 역를 맡은 최불암은 “기존 조폭 이미지와 다르게 인간미 넘치는 따듯한 건달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MBC
왕년의 조폭 두목 역를 맡은 최불암은 “기존 조폭 이미지와 다르게 인간미 넘치는 따듯한 건달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MBC
“깡패 역할 생각보다 힘들어. 파하∼.”

자상한 목소리, 온화한 미소, 삶을 깊이 이해한 듯한 눈빛까지… 탤런트 최불암(65). 그는 이미 자신의 이름 석자 앞에 붙은 ‘탤런트’란 직업명을 넘어선지 오래다. 대중은 최불암에게서 한국의 아버지상(像)을 찾는다.

그런 그가 당황스럽게도 조직폭력배 역을 맡았다.

무대는 MBC 월화 드라마 ‘달콤한 스파이’(극본 이선미 김기호·연출 고동선). 최불암이 맡은 역은 왕년의 범구파 두목인 최범구다. 한때 밤의 세계를 평정했지만 감옥에 다녀온 후 옛 부하의 권투도장에 얹혀사는 신세가 됐다. 그래도 ‘왕년의 영광’을 잊지 못해서 여전히 어깨 힘을 빼지 못하는 인물.

최불암은 이미 지난해 개봉된 영화 ‘까불지마’에서 건달 연기를 선보였지만 아직도 그에게는 MBC 드라마 ‘수사반장’(1971∼89년) 때의 ‘반장님’ 이미지가 강하다.

“‘수사반장 때 진 죗값을 받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수사반장 하면서 후배 연기자들 많이 (감옥에) 잡아넣어 미안했는데…. 임현식 이대근 다 ‘수사반장’ 악역 배우 출신이죠. 그 후배들이 범죄자 연기를 잘할수록 그 자식들은 상처를 받았거든. 자식들이 친구들에게 ‘너희 아버지 도둑으로 나왔더라’란 말 듣고 자랐다는 얘기에 마음이 아팠어.”

‘국민의 아버지’ 최불암답다. 그는 범구도 최불암 식으로 따듯하게 표현하겠다고 말했다.

“낭만파 깡패예요. 미운 악역이 아니라 정감 어린 캐릭터야. 옛날 깡패는 인정도 많고 정의감도 있고 인간 앞에서는 약했는데… 요즘은 냉혹하지. 그런데 여자들은 냉혹한 깡패를 더 좋아하지 않을까요. 파∼.”

그는 “새로운 인물을 창조하는 기쁨 때문에 배역을 맡아 망가지는 것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연기에 대한 강한 열정을 내 비쳤다.

“요즘 낙엽을 보면 매달려서 떨어질 날만 기다리는 것 같더라고요. 최근 정애란 선배(‘전원일기’에서 최불암의 어머니로 출연) 빈소에 다녀왔는데 ‘한 시대가 저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아직도 출연 섭외가 오면 가슴이 팍팍 뛰어. 새로운 작품에서는 내가 어떤 인물을 만들어낼까란 기대 때문에….”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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