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워너비’, 홍경민, ‘자우림’ 등은 저마다 “차별화됐다”며 리메이크 음반을 쏟아냈다.
15일 현재 국내 음반 판매차트인‘한터 차트’ 순위 100위 안의 음반 가운데 리메이크 음반이 15장이나 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조성모(29)가 원곡을 부른 선배 가수들과 함께 만든 리메이크 음반 ‘클래식 1+1’을 8일 발표했다.
이미 조성모는 2000년 리메이크 음반 ‘클래식’을 발표해 12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런 그가 13일 오후 서울 광진구 광장동의 한 호텔에서 이번 음반에 참여한 그룹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 김종진(43) 전태관(43) 두 선배와 리메이크 붐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들이 말하는 리메이크 음악은 가요계 불황의 마지막 해법인가, 음반 제작자들의 기획 상품에 불과한 것일까?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성모=이번 음반 만들면서 선배님들하고 가까워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어색하고 어려웠는데 지금은 큰형님 같아요.
▽전태관=우리 노래 중에 ‘외롭지만 혼자 걸을 수 있어’란 곡을 성모 씨가 부르고 싶다고 연락했죠. 안 그래도 몇몇 후배들이 우리 음악 리메이크 하고 싶다고 요청을 했는데 쉽게 허락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성모 씨는 “‘기획’이 아니라 순수한 감정으로 리메이크 하고 싶다”고 해서 마음이 움직였죠.
▽김종진=난 리메이크 붐이 한국 가요계를 위해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예전만 하더라도 다른 가수의 곡을 부르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기도 했거든…. 그만큼 가수들이 마음의 문을 열었다고 할 수 있죠.
▽조=저는 이걸 붐이라고까지 해야 할까 싶어요. 2000년에 저도 리메이크 음반을 내긴 했지만 가수들은 늘 자신이 듣고 자란, 좋아하는 히트송을 즐겨 불렀기 때문에 ‘신드롬’이라고 부를 새로운 현상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전=1960, 70년대 노래들을 부른다는 건 나쁜 게 아니잖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히트곡인 ‘비틀스’의 ‘예스터데이’나 ‘헤이 주드’ 같은 명곡들을 지금 가수들은 못 만들어 내고 있잖아요. 오히려 그런 곡들을 다시 불러봄으로써 자기 발전을 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일 아닌가요?
▽기자=하지만 최근 음반 시장이 불황이라서 가수들이 리메이크 음반으로 이를 타개해 나가려는 것 같다고들 분석하는데요.
▽조=정말 그럴 수도 있어요. 사실 몇 년 전과 비교해 보아도 가요계 분위기가 좀 달라요. 예전에는 신곡을 발표하면 많은 분이 불러 주시고 좋아해 주셨는데….
▽김=음반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타개책일 겁니다. 그런데 가수로서는 안 그래요. 예전부터 불러 보고 싶었던 곡을 부름으로 인해 꿈을 실현한다고 할까요? 오히려 박수쳐 줘야 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조=예전과 달리 지금은 많은 분이 음악을 집중해서 듣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아무리 좋은 신곡을 발표해도 아는 노래, 귀에 익은 노래를 더 많이 찾는 듯해요.
▽기자=올해만 해도 20장 가까이 리메이크 음반이 발표됐죠. 하지만 대중적으로나 음악적으로 인정받은 음반은 몇 안 됐던 것 같네요. 리메이크 음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김=가장 중요한 건 리메이크를 리메이크로 끝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새로운 창조가 반드시 필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과거 음악을 단순 반복하는 거죠. 선배 가수의 음악을 부르면서 그들을 뛰어넘겠다는 자존심을 가수들 스스로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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