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산책]사랑의 힘…‘엘리자베스타운’

  • 입력 2005년 11월 18일 03시 00분


올란도 블룸(오른쪽)과 커스틴 던스트가 편안한 사랑을 엮어 나가는 커플로 출연하는 ‘엘리자베스타운’. 사진 제공 UIP
올란도 블룸(오른쪽)과 커스틴 던스트가 편안한 사랑을 엮어 나가는 커플로 출연하는 ‘엘리자베스타운’. 사진 제공 UIP
잘나가는 신발 디자이너였던 남자가 하루아침에 실직하면서 인생의 가장 밑바닥까지 추락한다. 자신이 디자인한 운동화가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 당하는 바람에 회사 자체를 휘청거리게 만든 것. 그는 기업사에 남을 만한 대실패의 사례로 언론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세(?)를 탄다. 일에 모든 것을 걸었던 남자는 자살을 시도하려 한다. 바로 그때 휴대전화가 울린다. 망설임 끝에 받아 보니 아버지가 친척을 만나러 갔다가 갑자기 돌아가셨단다. 할 수 없이 그는 자살 시도를 포기한 채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아버지의 고향인 켄터키 주 엘리자베스타운으로 찾아간다. 바로 그 여정의 비행기 안에서 남자는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스튜어디스를 만난다.

‘엘리자베스타운’은 예기치 않은 만남을 통해 처참한 실패를 딛고 사랑과 삶에 대한 희망을 찾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좌절의 끝에서 아버지의 고향 마을에 찾아온 한 남자 드류와 그를 ‘구원’하는 귀엽고 엉뚱한 여자 클레어 역에 각각 올란도 블룸과 커스틴 던스트가 등장한다. 두 사람은 맞춤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운 연기로 영화를 이끌어간다.

애인한테도 버림받은 남자는 처음 만난 여자와 밤을 꼬박 새워가며 11시간의 마라톤 전화 통화를 한다. 이 장면은 매우 일상적인 동시에 두 사람의 끌림을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그 뒤 두 사람은 만남을 거듭하며 좋은 감정을 키워간다. 영화의 중심은 다소 산만한 로맨스지만 넉넉하고 따스한 인정이 살아 있는 이 마을도 드류의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는 기둥 역할을 한다. 그런 만큼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는 과정은 영화 전개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드류가 마을에 도착하자 이름도 모르는 먼 친척까지 찾아와 자신을 반갑게 맞아준다. 마을 사람들은 아버지를 고향에 묻자고 주장하지만 친척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어머니는 화장해야 한다고 고집 부린다. 결국 온 마을 사람들이 다 참석한 가운데 아버지를 기리는 유쾌한 추도식이 열리고 여기서 드류는 절망을 딛고 다시 서는 방법, 삶에 대한 긍정적 시선을 배운다.

‘제리 맥과이어’를 쓰고 연출한 캐머런 크로 감독의 작품이다. 음악잡지 ‘롤링 스톤스’에서 10년간 일했던 감독의 안목을 믿는다면 영화 속에 흐르는 음악에 각별한 주목을 요한다. 18일 개봉. 12세 이상.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