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타운’은 예기치 않은 만남을 통해 처참한 실패를 딛고 사랑과 삶에 대한 희망을 찾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좌절의 끝에서 아버지의 고향 마을에 찾아온 한 남자 드류와 그를 ‘구원’하는 귀엽고 엉뚱한 여자 클레어 역에 각각 올란도 블룸과 커스틴 던스트가 등장한다. 두 사람은 맞춤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운 연기로 영화를 이끌어간다.
애인한테도 버림받은 남자는 처음 만난 여자와 밤을 꼬박 새워가며 11시간의 마라톤 전화 통화를 한다. 이 장면은 매우 일상적인 동시에 두 사람의 끌림을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그 뒤 두 사람은 만남을 거듭하며 좋은 감정을 키워간다. 영화의 중심은 다소 산만한 로맨스지만 넉넉하고 따스한 인정이 살아 있는 이 마을도 드류의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는 기둥 역할을 한다. 그런 만큼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는 과정은 영화 전개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드류가 마을에 도착하자 이름도 모르는 먼 친척까지 찾아와 자신을 반갑게 맞아준다. 마을 사람들은 아버지를 고향에 묻자고 주장하지만 친척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어머니는 화장해야 한다고 고집 부린다. 결국 온 마을 사람들이 다 참석한 가운데 아버지를 기리는 유쾌한 추도식이 열리고 여기서 드류는 절망을 딛고 다시 서는 방법, 삶에 대한 긍정적 시선을 배운다.
‘제리 맥과이어’를 쓰고 연출한 캐머런 크로 감독의 작품이다. 음악잡지 ‘롤링 스톤스’에서 10년간 일했던 감독의 안목을 믿는다면 영화 속에 흐르는 음악에 각별한 주목을 요한다. 18일 개봉. 12세 이상.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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