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들이 지고 난 자리에는 파란 하늘이 잎처럼 열려 있다. 은성했던 잎들이 진 자리를 하늘이 내려와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의 마음이 참 넓다는 것이 늦가을 무렵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잎처럼 달린 파란 하늘은 그러나 떨어지지는 않는다. 오후 한 나절을 나무와 놀다가 어두워지면 다시 하늘로 돌아갈 뿐이다. 한나절 나무를 위로하다 돌아가는 하늘의 발길은 얼마나 가벼울까.
나는 언제나 나무가 윤회의 끝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서 나무보다 품위 있게 살다가 아름답게 사라지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살아서는 그늘을 드리우고 마지막에는 땔감으로 자신을 던지고 가는 나무의 모습은 언제나 내게 소리 없는 가르침을 전한다. 부처님처럼 살 자신이 없는 나는 나무처럼이라도 살다가 가자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 나무처럼 끝없이 나누며 살 수만 있다면 그것은 얼마나 행복한 삶이겠는가. 그러나 그것은 쉽지 않다.
불꽃으로 사라져 가는 나무의 모습을 보면서 내 마지막 순간을 그려본다. 나무처럼 그렇게 갈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상상 속에서라도 나는 나무처럼 그렇게 가볍게 떠나지는 못할 것 같다. 내 마지막 순간을 깊이 그리다 보면 언제나 눈물과 만나곤 한다. 집착이 많은 것이다. 마지막 이별의 그 순간이 너무 무겁게 다가와 나를 짓누르는 것이다. 슬픔과 두려움이 내 떠나는 순간의 모습일 것 같다. 그것은 결국 집착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 |
성 전 스님 불교방송 ‘행복한 미소’ 진행자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