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승교수의 미디어 월드]마이너리티 테그놀러지

  • 입력 2005년 11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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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CJR)의 칼럼니스트 마이클 매싱 씨는 ‘뉴욕 리뷰 오브 북’ 최근호에 게재한 ‘뉴스의 종말?’이라는 자극적 제목의 기획 칼럼을 통해 작금의 우(右) 편향 미국 저널리즘을 냉소적으로 분석했다.

1970, 80년대 3대 TV 네트워크와 주요 신문의 기자 중 8할이 진보적 성향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우 편향 현상은 주목할 만하다. 필자는 종말의 세 가지 이유가 ‘마이너리티 테크놀로지’와 얽혀 있다고 본다.

첫 번째 변화는 1987년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가 ‘방송 내용이 정치적으로 공정해야 한다’는 독트린을 폐기하면서 등장한 소출력 라디오의 토크 프로그램에서 일어났다. 이른바 ‘토크 라디오’로 불리는 이 흐름의 선구자 러시 림보 씨는 당시 대학 중퇴생이었다. 스스로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임을 표방하면서 “미국의 영원한 적은 번영을 파괴하는 진보주의”라는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지금은 인기 20위권 이내의 토크 라디오 대부분이 보수로 분류된다. 논란의 양쪽 입장을 똑같이 대접해야 하는 공정성의 굴레를 벗어난 덕분이기도 했지만 라디오라는 마이너리티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요인도 컸다.

두 번째는 케이블채널 ‘폭스뉴스’다. 2002년 선두주자 CNN을 앞선 이후 이제는 두 배의 시청률 차이를 유지하고 있다. 폭스뉴스는 매일 주류 신문을 난도질한다. 그것도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일주일은 되새김질하면서 주류 언론에 대한 공격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 ‘폭스효과’를 만들어낸다. 폭스효과는 CNN, MSNBC 등 다른 케이블로 전이된다. 케이블을 마이너리티 테크놀로지로 분류하는 데 이견이 있겠지만 공중파 네트워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은 블로그다. 1990년대 후반 등장한 블로그는 불과 10년 만에 미국에서만 2000여만 개나 등장했다. 이 중 정치 블로그의 80%가 보수주의자들의 것이다. 가장 많은 접속자를 기록 중인 테네시대 법대 글렌 레이놀즈 교수의 ‘인스타펀디트’ 등 많은 블로그가 보수 범주에 속한다. 블로그의 사회연결망 특성대로 이들은 자기들끼리의 링크를 통해 급속하게 증식한다. 이들이 노리는 것 역시 주류 언론. 매일 주요 신문, 시사주간지, 3대 네트워크, CNN의 뉴스와 칼럼들을 파헤친다. CBS의 댄 래더 앵커를 몰아낸 ‘메모게이트’, CNN의 이슨 조던 보도국장을 사임하게 만든 다보스포럼 건 등이 모두 이들의 작품이다. 블로그야말로 마이너리티 테크놀로지다.

마이너리티 테크놀로지의 생존 본능은 주류에 대한 공격성이다. 주류가 진보든 보수든 마이너리티 테크놀로지는 그렇게 생존전략을 구축하기 마련이다.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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