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선 기본 수행 프로그램’=조계종 포교원이 2년 동안의 연구와 시범실시를 거쳐 내놓은 입문자용 프로그램이다. 과거에는 참선을 가르칠 때 좌선(坐禪)법을 안내하고 무조건 화두를 주어 공부하라고 했으나, 이 프로그램은 ‘불교란 무엇인가’ ‘왜 수행해야 하는가’ 등의 목표와 정견(正見)을 세운 뒤 믿음과 발심(發心)을 일으켜 화두 참구(參究)로 나아가는 수행체계를 간단명료하게 소개하고 있다.
포교원장 도영 스님은 “이 과정을 이수하면 불교 교법을 확실히 알 수 있고 간화선을 비롯한 불교 수행의 원리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1품 ‘선으로의 초대’부터 9품 ‘생활 속의 화두’에 이르기까지 9품에다 ‘여는 마당’과 ‘회향마당’(10품)을 합쳐 총 11회(매회 2시간 반)에 걸쳐 수행할 수 있게 구성돼 있다. 1∼4품은 강의와 질의응답을 통해 불교의 교리를 이해시키고 수행담과 체화 프로그램을 통해 마음의 변화를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5∼9품에서 참가자는 간화선을 이해하고 실제 수행을 해본다.
조계종은 전국의 사찰 선원 등에 이 프로그램을 널리 보급하는 한편 템플스테이나 산사수련대회에서 쓸 수 있도록 1박 2일∼5박 6일용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내년 2월 중앙신도회가 운영하는 ‘간화선 수행학교’도 문을 연다. 02-2011-1911, www.buddhism.or.kr/_seon/
▽국제학술대회=세계적인 선(禪)사상 석학 20여 명이 모여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이뤄지고 있는 간화선 수행의 현황을 살피고 전망을 논의한다.
박성배 미국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교수는 미리 제출한 기조강연 발표문에서 “오늘날 간화선의 위기는 간화선의 생명인 화두가 종교적 성격을 잃어버린 데서 비롯됐다”고 일갈했다. 그는 화두를 깨달음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문제가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말길이 끊어지고 뜻길이 끊어지며, 마음길이 끊어진 경지’에 들어간 사람은 화두를 결코 방법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화두란 잘못 들여온 버릇을 그 현장에서 무섭게 후려치고 즉시 부처님에게 돌아가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화두가 화두 노릇을 잘못하면 간화선은 맛이 간 것이라며 “화두가 제 역할을 할 때는 죽은 사람도 살린다”면서 ‘활구(活句·사람을 살리는 말) 참선’을 강조했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간화선(看話禪):
하나의 화두(話頭)를 붙잡고 그 의심을 깨뜨리기 위해 모든 정신을 집중하는 수행법. 중국 임제종의 대혜 종고(大慧 宗(고,호)·1089∼1163) 스님이 큰 의심 아래에서만 깨달음이 있다고 하여 화두와 정면으로 대결할 것을 역설한 이후 선(禪)의 핵심을 이루는 정신 집중 수행은 화두의 타파로 압축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知訥·1158∼1210) 스님에 의해 국내에 소개돼 대표적 수행법으로 자리 잡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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