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전문점에서 일하는 노처녀 시내는 단칸방에서 외롭게 살아간다. 그런데 그 집에 ‘식구’가 차츰 늘어난다. 열여섯 살 가출소년 동규, 돈 벌러 서울에 온 조선족 처녀 영희, 영희가 일하는 분식점 사장 만수까지 우여곡절 끝에 시내의 방에 둥지를 틀게 된 것이다. 사는 게 늘 힘들기만 한 사람들, 가족에게 상처받고 소외된 이들이다. 따로 살 때는 외로웠지만 한데 모여 사니 서로에게 든든한 힘이 된다. 신인감독의 저예산 영화인지라 세련된 연출의 기교나 배우들의 능숙한 연기를 기대하긴 힘들다. 그럼에도 뚝배기보다 장맛이라고 했나, 그 안에 담긴 진정성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사회의 그늘에 카메라를 들여대면서도 경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낸 감독의 역량도 믿음직스럽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파노라마부문 초청작, CJ아시아인디영화제 ‘관객상’을 받는 성과를 거두었다. 서울 씨네코아 등 전국 7개 극장에서 상영된다. 25일 개봉. 15세 이상.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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