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인테리어]나만의 의자,나만의 행복

  • 입력 2005년 11월 25일 03시 09분


《뒤에서 보면 둥그런 공 같다.

하지만 앞에는 움푹 파인 공간이 있고, 그 속에 들어가면 다락방에 들어온 것처럼 아늑하다.

영화 ‘맨 인 블랙’에서 주인공 윌 스미스가 면접 시험을 치르는 장면에 등장하는 의자와 닮은 ‘볼 체어(Ball Chair)’.

핀란드 가구디자이너 에로 아르니오의 동화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가격은 800만 원대. 이런 의자들은 ‘디자이너 체어(Designer Chair)’로 불린다.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들의 작품으로, 소파 대신 의자로 거실을 장식하거나 자기만의 의자로 개성을 연출하고 싶은 고객들이 선호한다.》


○ 나만의 의자를 갖고 싶다

‘볼 체어’가 전시된 서울 중구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갤러리 체어’는 국내 백화점에서 처음으로 의자만을 판매하는 곳이다. 스위스 ‘비트라’, 이탈리아 ‘카르텔’ 등 세계적인 가구 브랜드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욕조의 한쪽 면을 오려낸 것처럼 보이는 미국의 부부 디자이너 ‘찰스 앤드 레이 임스’의 작품은 2인용으로 소파 대신 사용할 수 있다.

이들은 의자 디자인사(史)에서 1940∼60년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나무 합판과 유리섬유를 활용한 실험적인 작품으로 유명하다.

수제품은 보통 800만∼900만 원, 플라스틱처럼 대량생산이 가능한 재료를 이용한 작품은 70만∼100만 원 수준이다.

디자이너 체어는 나만의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개성이 강한 고객들이 찾고 있다.

최근 매장에서 만난 양지윤(서울 용산구 이촌동) 씨는 “싼 가격은 아니지만 의자를 통해 나만의 공간을 연출하고 싶다”며 “의자로 ‘악센트’를 주면 집안 분위기 전체가 바뀐다”고 말했다.

수입사인 ‘제인 인터내셔널’ 유철호 부장은 “디자이너 체어의 가격은 작가의 지명도와 소재에 따라 다양하다”며 “집안에 1, 2개 정도 구비하거나 선물하기 위해 매장을 찾는 고객이 많다”고 밝혔다. 30대 전문직 종사자와 40대 이상의 여성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덴마크 베르너 판톤과 정상급의 산업 디자이너로 각광받는 프랑스 필립 스탁의 모던 스타일도 인기다. 판톤은 의자 다리를 없앤 휘청거리는 ‘판톤 체어’로 유명하다. 파이버 글래스를 소재로 한 식탁 의자는 90만 원 수준.

1982년 고(故)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재임 당시 엘리제궁의 대통령 부인 별실 실내장식을 맡았던 스탁은 가구를 비롯해 생활용품이나 건물 등 디자인이 필요한 모든 곳에 영감을 불어넣는 작가다. 항아리 모양으로 등받이가 없는 스툴은 60만∼70만 원대.


○ 중독성이 강한 디자이너 체어

서울 강남구 청담동 ‘웰즈’와 용산구 한남동 ‘에이후스’는 각각 이탈리아와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클래식보다 모던 스타일로 300만 원대 제품이 많다.

웰즈 코디네이터 황정하 씨는 “거실에는 소파가 있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깨지고 있다”며 “소파 대신 디자이너 체어 몇 개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이종명 디자인 스튜디오’(강남구 신사동)가 수공예 디자이너 체어를 만드는 곳이다. 탄탄한 소나무 소재에 빨강, 파랑, 보라, 초록 등 원색 그림을 가미해 동화 속의 소품을 연상시킨다. 10여 년째 100% 수공예 작품을 만들고 있다.

‘이종명…’의 디자이너 박선경 씨는 “수공예 작품은 대량 생산되는 가구와 달리 작품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라며 “이 매력에 빠진 고객들은 정기적으로 구입하거나 손수 제작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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