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조할아버지 제사상에는 국밥 한 그릇만 올라온다. 그것뿐이다. 이 책은 바로 그 국밥에 관한 사연이다. 증조할아버지가 열두 살이었을 때, 전쟁으로 집을 떠나야 했고, 가족과 헤어져야 했고, 배를 곯으면서 시간을 보내야 했을 때 얘기다.
두수(증조할아버지)네 가족은 서울 간 아버지를 기다리다 뒤늦게 피란길에 오른다.
비행기 폭격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바람에 두수와 여동생 소영이는 둘이서 경남 진주의 외가를 찾아가야 한다. 얼음이 깨질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조심조심 강을 건너고, 얼어 죽지 않으려고 시신 옆에서 잠을 청한다. 일을 하겠다고 이발소 주인에게 매달리고 먹을 것을 달라고 음식점 앞에서 구걸을 한다.
책은 이렇게 전쟁의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사람들을 보여 준다. 아버지 냄새를 맡겠다고 담배를 피워 대는 순임이를 비롯해 전쟁 중 두수가 만난 사람들은 삭막하지 않고 정겹다.
어렵게 해후한 아버지와 국밥을 먹으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두수의 모습은,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이 겪지 못한 아픈 시절이 있다는 것, 그것이 우리 역사의 상처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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