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시는 미술관 측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기념해 개막한 ‘한국 현대미술전’. 미술관 측은 한국 현대미술의 표현 경향별 흐름을 대표하는 작가로 안 화백을 비롯한 8명을 선정해 대표작품들을 전시했다.
그러나 개막 당일부터 안 화백과 미술관의 충돌이 빚어졌다. 안 화백은 “내 그림이 걸려있는 3층 전시장을 둘러보고 애초에 미술관 측에서 이야기했던 전시 내용과 너무 달라 놀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김 관장이 작가와 상의 한마디 없이, 그것도 학예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 작품 일부를 임의로 빼고 배치도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관장에게 가벼운 항의를 했지만 납득할 만한 답을 얻지 못했으며 게다가 미술관 측이 개막식에 참가한 작가들의 호텔 숙박료를 지불하면서 오로지 내 방만 예약을 취소해버리는 등 감정적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안 화백은 “미술관이라는 권력에 작가가 혼자 대항하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작가의 자존심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싸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안 화백은 부산 지역 화가들과 함께 대책협의회를 구성해 항의시위와 관장 면담을 했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가 없자 작품을 철거했다.
사태가 불거지자 김 관장은 미술관 홈페이지에 “개막행사에서 관장으로서 초대작가에 대한 예우를 정중하게 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는 요지의 사과문을 자신의 명의로 올려놓았다.
하지만 부산시립미술관과 미술인회의 홈페이지에 김 관장을 비판하는 글이 여전히 쇄도하고 있다. 미술인 500여 명의 모임인 미술인회의(대표 성완경)는 11월 8일 부산시장에게 공개 질의서를 보냈으며 곧 성명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김 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할 말이 없다”고만 말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작가의 지나친 대응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지만, 미술관장도 더는 절대권력일 수 없음을 보여주는 주목할 만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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