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고주원(24)의 첫 느낌이다.
굳게 다문 입술, 살짝 찌푸려 약간은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눈매, 작은 얼굴, 선명한 이목구비의 전형적인 꽃미남…. 거기에 안경이 더해지자 유학파 엘리트에 출중한 외모, 재력까지 갖춘 홈쇼핑 본부장 ‘장석현’이 바로 TV에서 금방 걸어 나온 듯했다.
“아이 참…. 휴대전화를 고쳤는데 저장된 전화번호가 모조리 날아가 버렸지 뭡니까.”
통신회사랑 싸우고 왔단다. 찌푸린 얼굴 그대로다. 현재 고주원은 종합 시청률 2위(21∼27일 29.2%·TNS미디어코리아 집계)인 KBS1 일일드라마 ‘별난 여자 별난 남자’(월∼금 밤 8시 25분)의 주인공 ‘석현’으로 살고 있다.
○ “극중 석현이란 인물 꼭 닮고 싶어요”
“(씩 웃으며) 석현이요? 너무 멋진 친구죠. 남들이 봤을 때 싸가지 없고 정이 없을 것 같지만 속으로는 정 많은 친구잖아요. 꼭 닮고 싶어요.”
똑 소리 나게 잘나면 인간미가 떨어지게 마련. 드라마 초반에는 석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결혼할 여자와 그 부모에게 식당의 주차원인 큰아버지(강인덕)를 자랑스럽게 밝히는 모습(28회) 등 차가운 이미지 속에 감춰진 따스함이 부각되면서 석현을 보는 시청자들의 시선도 부드러워졌다.
“이 드라마의 핵심은 기웅(정준), 석현, 종남(김아중), 해인(김성은) 등 젊은이들의 4각관계가 아니라 가족입니다. 가족의 따듯함이요. 저도 연기하면서 가족 생각 많이 합니다. 고향 광주를 떠나 혼자 살다 보니 어머니란 단어만 생각해도 가슴이 뜨거워져요.”
석현이 종남과 해인 중 누구와 맺어질지는 시청자들에겐 단연 관심사.
“결말은 저도 몰라요. 제게 선택하라면 종남이가 좋아요, 저를 망가뜨릴 수도 있고, 황당하게 할 수도 있고 때론 리드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재미있잖아요. 하지만 종남이에게 너무 많이 맞아 아픈 기억도 남아 있어요(웃음). 현재 여자 친구는 없습니다.”
그의 삶이 바뀐 것은 대학 1학년 때. 커피숍에 앉아 있는데 모델 섭외가 들어왔다. 그는 ‘대학 얼짱’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연예인이 될 생각은 없었습니다. 섭외 후에도 학교(서강대 경제학과) 다니면서 회계사 시험 준비를 했어요. 모델 일은 아르바이트일 뿐 직업이라고 생각 안 했거든요. 하지만 영화(무등산 타잔 박흥숙)와 드라마(SBS ‘때려’)에 출연하면서 ‘연기’란 놈에 매료됐습니다.”
○ 대학 때 얼짱으로 유명… 모델섭외 인생 바꿔
그가 탄탄대로만 걸어온 건 아니다. 영화는 계약 문제로 개봉도 못했고 드라마 시청률은 기대 이하였다. 하지만 고주원은 SBS ‘토지’, KBS ‘부활’에서 조연으로 숨고르기를 한 후 ‘별난…’에서 주인공으로 도약했다.
“이를 악무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때부터 뭐든지 길게 보는 자세가 생겼어요.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겠다는 건 배우로서 창피한 다짐 같아서 안합니다. 배우다운 배우가 되겠습니다. 라이벌은 평소 멋지다고 생각한 동원이(강동원)입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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