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1의 질문에 여자, 당황하며 묻는다. “네?”
“사랑하면 큰 소리로 고백을 해야 한대요. 그렇지 않으면 사랑이 날아가요. 사랑합니다!”
맞선 장소에서 상대가 만난 지 5초 만에 이런 소리를 한다면? 여성은 아마 당혹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KBS 2TV ‘좋은 사람 소개시켜 줘’(일 오전 10시 40분)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 프로그램은 일반인이 펼치는 공개 맞선 프로그램. 여성 한 명이 어머니와 함께 출연해 네 명의 남성 중에서 자신의 인연을 찾는 방식이다. 그러나 출연하는 남성들은 대부분 훤칠한 외모에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들이 과연 불특정 다수에서 선발된 보통 사람인지, 구애에는 진심이 담겼는지 물음표를 던진다.
○ 좋은 사람 되려면? 외모는 기본, 주량까지…
이 프로그램의 남녀 출연자 섭외는 인터넷 신청과 기업 추천으로 이루어진다. 남성의 경우 제작진이 30대 대기업에 출연 신청 공문을 보내 추천을 받는 식. 여성은 프로그램의 인터넷 홈페이지 신청자 중에서 선발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여성 출연자의 경우 한 주에 신청자만 50명이 넘어 평균 경쟁률은 50 대 1 이상이다.
제작진은 신청자 중 자체 회의를 거쳐 10명 안팎으로 후보를 거르고 면접을 거쳐 최종 출연자를 결정한다. 4회 때 여성 출연자로 나온 강하련(30·댄스교사) 씨는 “내 신체조건을 비롯해 학력 성격 이상형을 밝히고 원하는 상대와 나의 나이 차, 신장 차까지 자세하게 서류에 적어냈다”고 말했다. 지원자들은 면접 때 제작진이 3, 4팀으로 나뉘어 외모·직업, 인간성·유머감각, 심지어 주량까지도 심사했다고 밝혔다.
○ 좋은 사람은 ‘오버 액션’ 왕자님?
그러나 시청자들은 이렇게 엄격한 절차를 거친 출연자들이 ‘보통 사람’인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남자 출연자들은 대부분 대기업 직장인이나 회계사 의사 디자이너 등 전문직 종사자. 통통한 이웃집 아저씨 스타일의 직장인은 보이지 않는다. 제작진은 ‘연예인 일색인 러브 쇼에서 벗어나 일반인, 결혼 적령기에 있는 남녀 출연자들의 진지한 만남과 선택 과정을 함께 지켜보는 100% 리얼 로망스’라고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밝히고 있다.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의 진실성에도 의구심을 나타낸다. 1회 남성 출연자 유기안(30) 씨는 “녹화 당일 상대 여성을 처음 봤을 때 내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일단 출연한 이상 다른 남성 출연자에게 지고 싶지 않아 승부 근성으로 구애를 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총 5회가 방송됐지만 현재 ‘연인’으로 발전된 커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그램의 한경천 PD는 시청자들의 이 같은 지적에 “방송의 특성상 외모를 볼 수밖에 없고 조금이라도 못생긴 사람이 출연하면 시청자들이 항의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모보다는 유머 감각이나 특이한 경력이 있는지를 더 많이 본다”고 말했다. 또 출연자들의 ‘진실성’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알고 오버 액션을 하거나 즐겁게 행동하는 출연자들이 있다”고 해명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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