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요리사 알랭 뒤카스(49) 씨는 최근 이런 별명을 얻었다. 레스토랑 평가지 미슐랭 가이드가 최근 낸 뉴욕판에서 뒤카스 씨가 운영하는 ‘알랭 뒤카스’에 최고점인 별 세 개를 주면서 그는 3스타 레스토랑을 세 개(파리 ‘플라자 아테네’, 몬테카를로 ‘루이 XV’ 포함)나 가진 요리사가 됐다.
요리계에서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하나만 받아도 ‘미슐랭 스타 셰프’로 인정받는다. 뒤카스 씨가 모두 9개를 받은 것은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기록. 그 ‘절대 요리’의 비결은 뭘까.
세계 각국의 레스토랑과 요리 학교를 오가느라 많은 시간을 비행기에서 보내는 그를 한국 언론 최초로 e메일 인터뷰했다. 그가 운영하는 요리학교 ADF는 12∼1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라퀴진 아카데미(02-518-7592)에서 디저트 특강을 마련한다.
뒤카스 씨는 프랑스 남서부의 작은 농촌 마을인 카스텔사라쟁 출신. 그의 표현에 따르면 “지상 낙원과 닮은 곳”이다. 식재료가 풍부한 환경 덕분에 자연스럽게 미각과 요리를 익혔다. “12세 때 할머니한테 콩을 너무 많이 익혔다고 불평할 정도였어요. 그때부터 요리사가 될 꿈을 키웠죠.”
16세 때 식당에서 일하기 시작해 28세에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두 개의 평점을 받았고, ‘루이 XV’를 맡은 지 33개월 만에 별 세 개를 받았다. 33세 때였다. 쉽지 않은 기록이다.
그를 키운 건 재능이었을까, 노력이었을까.
그는 “훌륭한 요리사의 조건은 열정(passion)과 탁월한 재능(excellence)이고, 이것이 없는 요리사는 존재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열정은 풋내기 요리사가 진짜 요리사로 나아가는 조건이고, 재능은 그 성장에 박차를 가하는 페달이라는 것.
특히 음식을 잘 만드는 요리사가 있다고 해서 레스토랑의 명성이 올라가지 않는다. 음식뿐 아니라 실내 분위기, 서비스 등 레스토랑의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조화되어야 별 세 개 레스토랑이 가능하다.
그는 “레스토랑이 한 편의 연극이라면 나는 이 연극의 작가이자 감독”이라며 “요리는 물론 서비스 디자인 테이블웨어 소믈리에 등 어느 하나 빠뜨릴 수 없다”고 말한다.
“언제나 아주 사소한 부분이 전체를 망칩니다. 디테일의 힘을 직관적으로 느껴야 합니다.”
그가 직접 운영하거나 관여하는 레스토랑은 파리 모나코 뉴욕의 고급 레스토랑을 비롯해 세계 20여 개에 이른다. 식당들의 품질을 어떻게 유지하는지 궁금했다.
“비밀은 없어요. 가장 믿고 의존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뽑는 거죠. 워낙 오랫동안 나와 일해온 전문가들이어서 눈빛만 봐도 서로의 생각을 알아요. 그 덕분에 나는 새로운 요리를 창작하는 데 몰두할 수 있습니다.”
그는 레스토랑에서 직접 팬(pan)을 잡진 않는다. 그러나 새로운 맛을 위해 실험하는 데는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모든 시간을 요리하는 데 쓰고 있다”며 “세계를 오가면서 머릿속으로 맛과 요리를 구상하고 일부러 시간을 내 실험해본다”고 말했다.
“나는 엄청난 대식가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새로운 맛을 찾아 부지런히 다닙니다. 다행히 맛에 대해 대단한 기억력을 갖고 있죠.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 요리의 맛이 어떨지 상상이 되니까요. 경험을 통해 내 미각은 갈수록 풍부해지는 것 같아요.”
그는 요리 철학에 대해 “요리는 재료와 순간의 미학”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재료를 시도하고, 그 재료가 가장 결정적인 맛을 내는 찰나를 포착하는 것입니다. 재료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재료 고유의 맛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재료를 면밀히 관찰하고 그것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 기울여야 합니다. 요리의 60%가 이렇게 재료에서 나온다면 나머지 40%는 기술입니다.”
세계 정상의 요리사인 그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는 무엇일까. 그는 매일 올리브 오일을 넣어 씹는 맛이 좋은 간단한 파스타를 즐긴다. 특히 간소한 지중해풍 요리를 즐기는 편이다.
“간소함(simplicity)은 요리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성공의 핵심이죠.”
가장 훌륭한 요리사의 성공 비결은 가장 단순한 것에 있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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