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과 열아홉 살, 그리고 스물아홉 살의 ‘우리’는 어떻게 다를까? 우리는 누군가를 어떻게 기억하는가, 혹은 나는 어떻게 기억되는가.
연극 ‘우리 나쁜 자석’은 아홉 살에 만나 질풍노도와도 같은 열아홉 살을 보내고 다시 스물아홉 살에 쌉싸름한 인생의 맛을 깨닫는 네 남자 친구들의 이야기다.
스코틀랜드의 젊은 작가 더글러스 맥스웰의 탄탄한 원작을 한국의 어느 섬마을의 이야기로 깔끔히 번안해 냈다. 2001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국내 초연.
스물아홉 살의 민호가 10년 만에 고향인 섬마을을 찾아온다. 역시 서울에서 내려온 출판사 직원인 친구 은철과 고향에서 살아가는 친구 봉구를 만나지만 이들 사이에는 어색한 긴장이 흐른다. 봉구가 “너희들을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며 폐교로 가자고 하자 민호는 “‘그 후’로 그곳에 가본 적이 없다”며 꺼려한다. 이들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기에…. 연극은 플래시백처럼 아홉 살 그 시절로 되돌아간다.
의사집 아들이자 대장 노릇을 하는 모범생 민호, 말썽꾸러기 은철, 행동이 굼뜨고 느린 봉구. 세 사람은 복화술사인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살아가는 ‘똘갱이’를 친구로 끼워 준다. ‘똘갱이’는 자신이 쓴 동화를 아이들에게 들려 준다.
열아홉 살. 친구들은 자신을 던진 ‘똘갱이’를 통해 고통스럽게 어른의 세계로 한 발 들어선다.
‘극중극’으로 펼쳐지는 우화 2편의 메시지는 썩 명쾌하게 와 닿지는 않지만 여운을 남긴다.
성인 배우들이 연기하는 귀여운 아홉 살 꼬마를 보는 재미도 적지 않다. 엔딩 대목, 스물 아홉 살의 봉구가 친구들을 위해 마련한 ‘깜짝 선물’에서 우정의 무게를 느끼는 사람도 있겠다.
31일까지. 화∼금 7시 반, 토 4시 7시 반, 일 공휴일 3시 6시. 1만5000원.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02-764-8760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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