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오르페오’첫 공연날 이런 일이…‘음악의 첫날밤’

  • 입력 2005년 12월 3일 03시 00분


◇ 음악의 첫날밤/토머스 포리스트 켈리 지음·김병화 옮김/620쪽·2만8000원·황금가지

초연에는 흥분이 있다. 연주자도 관객도 음악에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새로운 음악이 탄생하는 순간인 만큼 기대와 의혹도 가득하다.

이 책은 유명한 음악 작품 다섯 곡의 첫 번째 공연에 관한 이야기다. 최초의 오페라라고 일컬어지는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1607년), 최초의 오라토리오이자 할렐루야 합창으로 유명한 헨델의 ‘메시아’(1740년), 베토벤의 ‘교향곡 9번’(1824년),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1830년),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1913년) 등이 초연되던 밤의 흥분과 소동의 현장을 비디오 화면처럼 재생시킨다.

만토바 궁정의 좁은 방(가로 8.5m, 세로 11.8m)에서 초연됐던 ‘오르페오’에서 여주인공 에우리디케 역은 사제 출신의 소프라노 카스트라토(castrato·거세된 남자 가수)가 담당했다. 책을 읽다 보면 헨델이 거대한 흰 가발을 쓰고 똥똥한 손을 신나게 흔들며 하프시코드를 연주하는 모습이 떠오르고, 악성(樂聖) 베토벤이 함께 식당에 간 동료들에게 성질을 부리고 접시를 내던지는 광경도 엿볼 수 있다.

미국 하버드대 음대 교수인 저자는 초연 때의 논평 편지 회고록 신문기사 등을 모자이크처럼 재구성해 당대인들의 눈으로 음악을 바라본다. 그러나 수많은 역사적 연주가 있는데, 음악 감상자가 굳이 초연의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다 알 필요가 있을까? 저자는 “후대에 덧붙은 작품에 대한 이미지를 벗고 곡 탄생 당시의 문화적 맥락을 파악하는 것은 음악에 새로운 빛을 더할 수 있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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