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668년. 동아시아의 패자였던 고구려는 신라와 당의 연합군에 의해 멸망했다. 이때 중국 본토로 끌려간 고구려인은 대략 20만 명. 이들은 대륙 전역에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한국사의 시공간에서 사라졌다.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 책은 당으로 끌려간 고구려 유민들, 그 후손들의 이야기다. 왕모중, 고선지, 왕사례, 이정기, 후희일…. 서기 8세기 당 현종 연간을 전후해 이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다.
먼저 타클라마칸과 파미르를 건너 실크로드의 지배자로, 세계제국 당의 최전성기를 건설하고 대륙의 별이 된 전설적 무인(武人) 고선지가 있다. 그리고 일개 무명 소졸에서 제왕의 자리까지 신화를 써 내려 간 이정기. 그는 대륙의 한복판에 ‘중원의 고구려’ 치청왕국을 세웠다.
당의 장군으로 제왕의 길을 포기한 고선지(1권)와 당의 신하가 되기를 끝내 거부했던 이정기(2권)의 입지전적인 삶과 엇갈린 선택이 마치 한편의 소설처럼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저자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선 역사전쟁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잃어버린 대륙성의 복원”이라고 강조한다.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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