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香의 원래 뜻은 새로 수확한 곡식으로 갓 지어 낸 밥의 ‘향기’이다. 그 후 향기로운 모든 것을 지칭하게 되었고, 향기로움에서부터 ‘훌륭하다’, 다시 인기가 있다는 뜻까지 갖게 되었다. 香이 조상신에게 새로 수확한 곡식으로 밥을 지어 추수에 대한 감사를 표하기 위한 제례의 모습을 그린 때문인지, ‘향’은 신에 대한 경의와 정화를 상징하며, 인간과 신이 대화할 때 신의 ‘분신’을 전해 주는 매체로 기능하기도 한다.
그래서 香이 든 한자들은 모두 ‘향’과 관련된 뜻을 가진다. 예컨대 향(사향사슴 향)은 향내 나는(香) 麝香(사향)을 만드는 사슴(鹿·록)을, 馥(향기 복)은 불룩한 주머니(복·복)에 가득 찬 향기(香)를 말한다. 또 馨(향기 형)은 의미부인 香과 소리부인 &(소리 성)으로 구성되었는데, &은 원래 술로 장식된 매달린 돌을 북채로 치는 모습으로, 이후 石(돌 석)을 더해 ‘악기’라는 의미를 강조한 磬(경쇠 경)과 耳(귀 이)를 더해 경쇠의 연주 소리를 귀 기울여 들음을 강조한 聲(소리 성)으로 분화돼 발전했다.
중국에서 난초 향과 연꽃 향은 덕을 갖춘 군자의 상징에 비유되었다.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우뚝 깨끗하게 서있네(香遠益淸, 亭亭淨植·향원익청, 정정정식)’라는 말은 송나라의 주돈이가 지은 ‘연꽃을 사랑함에 대하여(愛蓮說·애련설)’에 나오는데, ‘멀리서 바라다볼 수는 있어도 만만하게 갖고 놀 수는 없는’ 연꽃의 고결함과 위엄을 잘 노래했다.
하 영 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