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84>馬(말 마)

  • 입력 2005년 12월 7일 03시 07분


馬는 갑골문에서 긴 머리와 큰 눈, 멋진 갈기, 발과 꼬리가 모두 갖추어진 매우 사실적인 모습이다. 이후 단순화되긴 했지만 지금도 발이 네 점으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대략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말은 거칠긴 하지만 훈련만 거치면 수레를 끌고 물건을 나르는 등 유용한 수송수단이 됨은 물론 속도가 빨라 전쟁을 치르는 데에도 대단히 적합한 동물이었다. 그래서 ‘설문해자’의 말처럼 말의 특성은 ‘포악한 성질(怒·노)과 강한 힘(武·무)’으로 개괄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말의 종류에 관한 것으로, 駒(망아지 구)는 아직 뛰지 못하고 구부린(句·구) 채 다니는 두 살짜리 말을, 駿(준마 준)은 뛰어난(‘·준) 말을, 駑(둔할 노)는 노비(奴·노)처럼 움직임이 둔한 말을, 비(곁마 비)는 양 곁에서 나란히(非·비) 끄는 말을, 駟(사마 비)는 수레를 끄는 네(四·사) 마리 말을, 참(곁마 참)은 수레를 끄는 세(參·삼) 마리 말을 말한다.

또 驕(교만할 교)는 6척 높이의 키 큰(喬·교) 말을 뜻하여 ‘남을 업신여기다’는 뜻이 나왔고, 駁(얼룩말 박)은 무늬가 교차되듯(爻·효) 뒤섞여 있는 말을 뜻하여 서로 뒤섞여 혼란스럽다는 뜻이 나왔고, 다시 論駁(논박)이나 反駁(반박) 등의 뜻이 나왔다.

둘째, 말의 동작과 관련된 것으로, 馮(뽐낼 빙)은 얼음(빙·빙) 위를 쏜살같이 달려가는 ‘대단한 말’을, 驅(몰 구)는 말 떼를 특정 구역(區·구)으로 몰아감을, 驚(놀랄 경)은 말이 두려워(敬·경) 놀라는 모습을, 驟(달릴 취)는 말이 떼 지어(聚·취) 함께 달리는 모습을, 騷(떠들 소)는 벼룩(蚤·조)에 물린 말이 펄쩍펄쩍 뛰듯 소란스러움을 말한다.

셋째, 말의 부림과 관련된 글자로, 馭(말부릴 어)는 손(又·어)으로 말을 제어함을, 馴(길들 순)은 말을 물길(川·천)처럼 잘 따르도록 길들임을, 駐(머무를 주)는 말을 멈추어 한곳에 머물도록(主·주) 하는 것을 말한다.

넷째, 말과 비슷한 동물을 지칭한 경우로, 라(노새 라)와 驢(나귀 려)는 말을 닮은 노새와 나귀를 말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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