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재즈바 ‘원스 인 어 블루문’에서 만난 웅산은 검은색 아이섀도를 눈가에 짙게 바르고 나타났다. 검은색 셔츠에 블랙진, 휴대전화기조차 검은색이었다. 매력을 넘어 마력(魔力)의 수준에 도달한 웅산. 그녀가 2005년 끝자락에 차려놓은 ‘더 블루스’는 과연 어떤 맛일까?
○애피타이저: 녹아내린 캐러멜
“재즈 가수로 활동한 10년 내내 주위에서는 ‘왜 그렇게 어려운 음악만 하냐’며 아우성이었죠. 이번에 블루스 음악 하겠다고 하니 다들 더 깊게 한숨을 내쉬더라고요. 하지만 전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해서 어찌나 기쁘던지요.”
웅산은 나윤선, 말로와 함께 젊은 여성 재즈 가수 3인방으로 꼽힌다. 2년 전 그녀가 데뷔 음반 ‘러브 레터스’를 늦깎이로 발표했을 때 평은 “난해하다” 일색이었다. 그러나 웅산은 2집 ‘더 블루스’에서 그런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더 난해해졌다.
○메인 디시: 치즈로 끈적이는 스파게티
‘더 블루스’의 음반 재킷은 그 자체로 블루스적이다. 초점 없는 눈으로 무언가를 응시하는 그녀의 모습은 뇌쇄적이다 못해 퇴폐적이다.
“새벽의 자욱한 푸른빛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재킷 촬영을 할 때도 사진작가가 제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을 때의 슬픔을 드러내 보라고 하셨죠.”
앨범의 첫 곡인 ‘콜 미’는 올여름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재즈클럽 ‘야누스’로 향하던 중 쾌청한 바람을 맞은 느낌을 표현한 곡이다.
○디저트: 와인 한 잔 그리고 담배 연기
그녀에게 ‘더 블루스’ 음반과 어울리는 디저트를 물었다.
“와인 한 잔이라고 할까요? 소주라 하기엔 너무 우울하고…. 그저 ‘너 오늘 힘들었구나. 내가 위로해 줄게’라며 속삭이는 오랜 친구 같은 느낌이죠.”
17세 때 비구니가 되겠다며 충북 단양군 구인사로 들어간 웅산. 그러나 2년 만에 하산해 대학 록 밴드를 결성했고 재즈에 심취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공연, 또 공연….
“재즈가 내게 준 선물은 너무 커요. 재즈를 통해 록, 발라드, 블루스를 모두 배웠거든요. 앞으로도 재즈를 ‘신’ 섬기듯 모시고 살아야죠.”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