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젊은이들의 대안음악 ‘시부야케이’가 뜬다

  • 입력 2005년 12월 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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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케이 뮤지션 ‘클래지콰이’
시부야케이 뮤지션 ‘클래지콰이’
#1. 직장인 김형우(28) 씨는 최근 ‘시부야케이 음악’에 새롭게 빠져 들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흑인 음악을 주로 들었던 김 씨는 친구들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클럽 H 등을 다니며 시부야케이에 익숙해지게 됐다. 김 씨는 “얼마 전까지 클럽에서는 힙합음악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시부야케이 음악만 나오면 클러버들이 환호하며 가볍게 몸을 흔든다”며 “요새는 클럽뿐만 아니라 카페, 레스토랑에서도 이런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2. 가수 성시경의 ‘내게 오는 길’, 신승훈의 ‘아이 빌리브’ 등 발라드 음악을 주로 작곡해 온 작곡가 김형석(39) 씨는 최근 프로젝트 그룹 ‘포터블 그루브 나인’을 결성했다. 기존의 나긋나긋한 발라드에서 벗어나 시부야케이 음악을 발표한 그는 “재미있는 음악으로 즐겁게 놀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 ‘클래지콰이’ 등 시부야 그룹 잇따라… 강남권 클럽 카페서 인기

가요계에 시부야케이 바람이 불고 있다. 2004년 데뷔한 3인조 프로젝트 그룹 ‘클래지콰이’를 시작으로 시부야케이 음악은 대중들에게 뿌리를 내렸으며 그 후 ‘허밍 어반 스테레오’나 ‘캐스커’ 같은 시부야케이 음악 그룹이 등장했다. 3인조 힙합 그룹 ‘에픽 하이’의 경우 힙합과 시부야케이 음악을 섞어 만든 곡 ‘플라이’로 최근 인기 가요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들의 후속곡 ‘파리’는 힙합 듀오 ‘듀스’의 전 멤버 이현도가 만든 시부야케이 스타일의 곡이다.

시부야케이 음악은 서울 압구정동, 청담동 등 강남권의 클럽이나 카페 등을 중심으로 널리 퍼지고 있다. 강남구 신사동 상아레코드에 근무하는 김경숙 씨는 “2000년 이후 시부야케이 음악을 찾는 사람이 늘었으며 주로 20대 중후반 여성들이 클럽에서 처음 음악을 접하고 음반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본 출신의 시부야케이 뮤지션도 한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힙합 그룹으로 출발했다가 근래 시부야케이 음악 스타일을 주로 선보여 온 남성 듀오 ‘엠 플로’의 경우 17일 내한 공연 소식이 전해지자 2∼3주 만에 티켓이 매진됐다. 공연을 기획한 SM엔터테인먼트 측은 “‘엠 플로’의 인기가 이렇게 높은 줄 몰랐다”며 “지금도 남은 표가 없느냐는 문의 전화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에서도 시부야케이 음악은 인기다. 일본 출신의 프로젝트 그룹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의 경우 휴대전화, 화장품, 디지털 멀티미디어방송(DMB)폰 등 최근 1년 동안 무려 8편의 광고에 음악이 삽입됐다.

○ ‘얌체 공’ 같은 음악에 매료… 패션도 시부야 스타일로

시부야케이 음악의 특징으로는 △명품 같은 고급스러움 △거친 록이나 힙합과 달리 정제되고 통통 튀는 느낌 △고급스러운 멜로디와 세련미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시부야케이 전문 클럽을 찾는 사람들은 패션도 시부야 스타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점잖은 세미 정장 스타일 △왁스나 헤어젤로 깔끔하게 넘긴 머리 △어깨를 가볍게 흔들 수 있을 정도의 캐주얼웨어 등을 선호해 힙합 마니아들과는 외양부터 뚜렷이 구별된다.

클래지콰이의 리더 겸 작곡가 김성훈은 “비트(박자)를 쪼개거나 효과음을 넣는 등 통통 튀는 편집으로 새로움을 주는 것이 시부야케이 음악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김형석 씨는 “기존의 힙합이나 발라드의 경우 네 마디 정도 가면 반복이 많기 때문에 다음 진행을 예측할 수 있지만 시부야케이의 경우 돌출적인 부분이 많다”며 “그런 돌발성이 젊은이들에게서 호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부야케이 음악이 보편적 감성을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시부야케이 음악은 마니아 음악으로 마치 음악을 ‘소장’하는 기분이 든다”며 “대중적 감성을 이끌어 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시부야케이:

‘시부야케이(澁谷係)’란 일본 도쿄에서 ‘젊음의 구역’으로 불리는 시부야를 중심으로 유행한 음악 스타일. 1990년대 초 아이돌 음악이나 엔카 등 전형적인 일본 음악에 반기를 든 젊은 뮤지션들이 서구의 클럽음악인 일렉트로닉 계열이나 프렌치 팝 등을 차용해 만들었다. 시부야케이 음악은 일렉트로닉 음악을 골격으로 재즈, 보사노바, 힙합 등 갖가지 장르가 혼합된 형태다. 이들의 음악은 박자를 세밀하게 쪼개 통통 튀는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사진), ‘몬도 그로소’, ‘프리템포’, ‘캡슐’ 등이 일본의 대표적인 시부야케이 뮤지션이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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