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가장 중요한 지식인’(뉴욕타임스) 놈 촘스키.
27세가 되던 1955년 그는 미국 언어학계에 ‘변형생성문법’이라는 새 연구 방향을 제시해 언어학의 혁신을 일으켰다. 이때 이미 그는 불멸의 업적을 쌓았다. 그가 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에 대해 쓴 책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사회과학 분야에서 그의 인용 빈도는 지크문트 프로이트를 넘어선다.
전기 작가인 로버트 바스키는 “이 세계는 촘스키에 동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두 부류로 나뉜다”고까지 말한다.
도덕적 분노가 살아 숨쉬는 그의 글은 에두름이 없다. 그의 글의 명료성이야말로 그 자체가 선명한 그의 정치적 입장이기도 하다. 신(新)자유주의에 대해 이렇게 질타한다.
“세계는 지금 극소수만이 번영을 구가하고 나머지는 가난한 잉여인간으로 살고 있다. 이 극도의 빈부격차는 결코 우연한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신자유주의라는 정치적 결정에 의해 고안된 것이다. 그들은 ‘세계화’라는 단어마저 훔쳤다!”
이 무정부적 자유주의자에게 미국은 ‘불량 국가’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때 미국의 침묵을 비난했던 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악의 축’에 포함시킨 것에 대해 지극히 냉소적이다. “이슬람권의 반발을 우려해 북한을 끼워 넣었을 뿐이다. 북한은 미국에 ‘저렴하고 편리한 적’이다!”
그의 언어학 연구와 정치적 이상의 기묘한 결합, 그 과도한(?) 현실참여는 ‘게으름과 남용의 기묘한 혼합’이라거나 ‘걱정스러울 정도로 분열된 학자’라는 비판을 부르기도 했다. 미국의 언론은 그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촘스키는 200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는 ‘부시의 패퇴가 가능하다’는 지식인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그러나 “부시가 아니라면 청소기에라도 찍어라”는 여망에도 불구하고 부시는 재선에 성공했다.
그의 나이 이제 77세. 그는 지칠 줄을 모른다. 이 세계에 더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정말 희망이 없는 세계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끊임없이 경고한다.
그럼에도 그의 긴 투쟁이 외로운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그 자신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세상의 진실을 속속들이 알고 나면 늘 우울해진다….”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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