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추억 찾아나선 ‘꽃을 든 남자’…‘브로큰 플라워’

  • 입력 2005년 12월 8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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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스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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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겐 숨겨왔지만 우리 사이엔 열아홉 살 난 아들이 있습니다. 그 아들이 당신을 찾겠다며 길을 떠났어요.”

마치 정물화처럼 생기 없이 고독하게 살아가는 중년의 독신남 ‘돈’(빌 머레이).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내용이 담긴 분홍색 편지를 받는다. 옛 애인 같기는 한데, 보낸 사람 이름이 없다. 존재조차 몰랐던 아들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그는 과거에 사귄 네 여자(샤론 스톤, 프랜시스 콘로이, 제시카 랭, 틸다 스윈턴)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짐 자무시 감독의 ‘브로큰 플라워’는 감독의 명성이나 배우들의 쟁쟁한 이름만으로도 관객들을 매혹하는 작품이다. 실제로도 영화는 그 기대와 바람을 저버리지 않는다. 탄탄한 완성도와 영화적 재미를 두루 갖춘 코미디로 인생에 대한 작지만 소박한 깨달음을 안겨준다.

특히 빌 머레이의 쓸쓸하면서도 ‘뻘줌’한 표정과 옛 남자와 해후하게 된 여자들의 ‘4색 연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족감을 안겨 준다. ‘천국 보다 낯선’의 자무시 감독이 직접 쓴 시나리오도 빼어나고 연출도 탁월하다. 영화는 큰 드라마나 반전도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데, 보고 나면 미묘한 여운이 남는다. 인물들의 대사도 적고, 최소한의 동작만 보여 주는 ‘미니멀리즘’ 영화임에도 익살과 애수가 절묘하게 결합된 이야기의 힘은 강력하다.

예기치 않은 재회를 통해 과거의 추억을 되짚어온 ‘돈’이 깨달은 건 무엇일까. 우리에게 주어진 순간은 바로 지금뿐이며, 삶은 우리 마음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는 것. 온 마음으로 순간을 느끼며 사는 것만이 ‘인생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라는 것이다.

올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이다. 원제 ‘Broken Flowers’. 8일 개봉. 18세 이상.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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