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骨은 원래는 ‘설문해자’의 해석처럼 ‘살이 붙은 뼈’를 지칭했으나 이후 ‘뼈’의 통칭으로 변했다. 뼈는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근간이며, 기풍을 나타내는 상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骨에는 氣骨(기골)이라는 뜻이 생겼고, 風骨(풍골)처럼 문학작품에서 기풍과 필력이 웅건한 스타일을 가리키기도 했다.
따라서 骨로 구성된 글자는 주로 뼈와 관련된 의미나 신체부위를 지칭한다. 예컨대 體(몸체)는 骨과 豊(풍·풍년 풍)으로 구성되어, 튼튼하고 풍만한(풍) 뼈(骨)를 갖춘 ‘몸’을 형상화 했고, 이후 몸은 사람(人·인)의 근간(本·본)이 된다는 뜻에서 體를 새로 만들기도 했다.
또 髓(골수 수)는 뼈(骨)에 따라 붙은(a·수) 골수, 즉 뼈 속에 차 있는 누른빛의 기름 같은 물질을, 루(해골 루)는 살이 썩고 뼈만 남아 얽어진(婁·루) 해골을, 骸(뼈 해)는 뼈의 살을 발라낸(亥·해) 앙상한 뼈를 말한다.
나머지 滑(미끄러울 활), 猾(교활할 활) 등은 骨이 소리부로 쓰였지만 의미도 희미하게나마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滑은 소동파와 왕안석 간의 글자 논쟁에서도 등장하는 글자인데, 왕안석이 소동파의 坡(비탈 파)자를 波(물결 파)가 물(水·수)의 표피(皮·피)인 것과 마찬가지로 흙(土·토)의 표피(皮)라고 풀이하자, 동파가 ‘그렇다면 滑은 필시 물(水)의 뼈(骨)라는 뜻이겠군요?’라고 하며 말문을 막았다고 한다.
하지만 왕안석이 물의 뼈가 아니라 ‘뼈(骨) 위에 떨어진 물방울(水)’이라고 대답했더라면 멋진 답이 되지 않았을까? 뼈는 기름기를 머금고 있어 그 위로 물이 떨어지면 데굴데굴 굴러 ‘미끄러지기’ 때문이다. 猾도 뼈의 미끄러움 만큼이나 ‘교활한’ 여우(견·견)에서 그 속성을 그려 냈을 것이다.
하 영 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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