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30여 명의 일본 연극배우들이 흰 국화꽃을 들고 차례로 분향하며 묵념을 올렸다. 참배하는 일본 배우 중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원로급도 있었고, 갈색으로 머리카락을 염색한 젊은이도 있었다.
이들은 9∼11일 서울 문화일보홀에서 공연되는 연극 ‘윤봉길, 꺼지지 않는 불꽃(ほとぼり)’의 출연진. 공연에 앞서 이날 효창공원을 찾은 이들을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사업회의 김달수(金達洙) 부회장과 윤주(尹洲·윤 의사의 조카) 이사 등이 맞았다.
이 작품의 작가이자 연출가인 히라이시 고이치(平石耕一·50) 씨는 “일본에서는 ‘테러리스트’로만 알려진 윤 의사의 의거 배경을 조명하고자 이 연극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8년 전 이시카와(石川) 현 가나자와(金澤) 시 교외 묘지에 암매장된 윤 의사의 묘를 처음 보았습니다. 끊임없이 숨기고 암매장해 온 일본 정부의 역사의식을 보여주는 상징적 모습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들은 한국 공연을 마친 뒤 16일 도쿄에서 공연한다. 윤 의사가 처형된 날인 19일에는 가나자와 시에서 다시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02-742-987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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