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TV영화/10일]‘와호장룡’ 外

  • 입력 2005년 12월 10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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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호장룡’
‘와호장룡’
◆와호장룡

2000년도의 혁신이자 전위였던 작품이다. 영웅과 전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다는 뜻의 제목은 무협지의 원제 그대로이다. 영웅호걸의 인생 역정으로 요약될 법한 무협지나 무협 영화들은 관객의 시선을 끌 만할 대중적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어쩌면 무림이란 구차한 인생을 축적해 놓은 지도이자 못다 한 꿈이 구체화된 환상의 대지일 터이다.

‘와호장룡’이 영화사에 남긴 족적은 바로 우아한 액션이라는 새로운 개념이다. 리안(李安) 감독은 조용히 흔들리는 대나무 가지와 청명한 칼의 공명을 통해 공간의 유연함, 동양적 여백의 아스라함을 스크린 위에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와이어를 몸에 걸고 지붕과 대나무 위, 그리고 담장을 날 듯 스쳐 지나가는 등장인물들의 동선은 어떤 액션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심미적 감동을 전해 준다.

한마디로 ‘와호장룡’은 고수의 영화이다. 어깨와 손끝에 잔뜩 힘을 주고 기합을 지르는 게 아니라 조용히 바라보는 눈빛 속에 내공을 담아내는 리무바이(저우룬파·周潤發)는 영화의 개성 자체를 대변한다. 사랑은 감내하는 것이라고 믿는 리무바이와 수련(양쯔충·楊紫瓊), 사랑은 모험이며 감행이라고 강변하는 용(장쯔이·章子怡)은 인생에 대한 두 가지 태도로 받아들여진다.

해일 속에 떠다니는 일엽편주처럼, 자신의 열정이 이끄는 대로 이기적인 열정을 불태웠던 용이 폭포 속으로 뛰어드는 장면은 그런 의미에서 인생 자체에 대한 심오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투신하는 삶과 관조하는 삶, 좋은 영화는 때로 길이 된다. ★★★★★(만점은 별 5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해리 포터’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 머릿속으로만 그려 오던 마법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는 행복한 경험을 선사한다. 물론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해 왔던 것과 사뭇 다른 재현에 아쉬운 바도 없지 않았지만 이토록 휘황찬란한 이미지를 목도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지금은 어느새 훌쩍 어른이 되어 버린 아역 배우들의 귀여운 옛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강유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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