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경제학자들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가 인물로 본 경제학사의 청소년판이라면 이 책은 그 성인판이다. 올해 1월 숨진 미국의 경제학자 하일브로너가 뉴스쿨대 대학원생 시절 박사논문으로 제출했다가 거부된 내용을 토대로 1953년 출간한 이 책은 경제학 서적 가운데 전 세계에서 폴 새뮤얼슨의 ‘경제학’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으로 꼽힌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 5판이 번역됐다 절판됐고 이번에 최종판인 7판(1997년)이 번역됐다.
애덤 스미스에서 조지프 슘페터에 이르는 22명의 위대한 경제사상가들의 생애와 사상을 통해 경제사의 큰 흐름을 이해하게 해 주는 이 책의 미덕은 일목요연한 설명력과 탁월한 묘사력이다. 소설가 지망생으로 하버드대를 최우등으로 졸업한 하일브로너는 수리(數理)에 능숙한 주류 경제학자들과 달리 문리(文理)에도 정통했다. 그래서 그의 붓끝에서 새로 태어난 경제학자들은 경탄할 만큼 생동감이 넘치고 그들의 사상은 너무도 인간적으로 다가선다.
저자는 왜 책의 제목을 경제학자 대신 철학자들로 했을까. 경제학이야말로 가장 현실에 맞닿은 철학이라는 생각의 발로가 아닐까.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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