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세계인권사상사’…인권은 투쟁을 먹고 자라났다

  • 입력 2005년 12월 10일 02시 54분


억압받는 제3세계 주민, 인종 학살의 현장 아우슈비츠. 관타나모 미군기지의 이라크 포로학대 사건 등 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윤리적 담론의 핵심에는 인권이 자리 잡고 있다. 10일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에 발맞춰 발행된 ‘세계인권사상사’는 인권이란 개념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됐는가를 방대한 자료를 통해 섭렵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억압받는 제3세계 주민, 인종 학살의 현장 아우슈비츠. 관타나모 미군기지의 이라크 포로학대 사건 등 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윤리적 담론의 핵심에는 인권이 자리 잡고 있다. 10일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에 발맞춰 발행된 ‘세계인권사상사’는 인권이란 개념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됐는가를 방대한 자료를 통해 섭렵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세계인권사상사/미셸린 이샤이 지음·조효제 옮김/816쪽·4만 원·길

인권은 오늘날 모든 윤리적 논란의 핵심을 차지한다.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윤리 논쟁도, 미국의 이라크전쟁 정당성에 대한 논쟁도 결국은 인권 문제로 귀결된다.

그러나 이러한 인권 개념도 역사의 산물이다. 인권학의 산실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 덴버대 교수인 저자의 야심 찬 저작인 이 책은 동서고금을 가로지르면서 인권사상의 기원과 그 발전 과정을 추적한다.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국제학교에서 공부한 저자는 자신의 조국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인권을 억압하는 현실을 비판하는 인권운동을 펼치면서 인권학의 표준교재로 통하는 ‘인권독본’과 ‘국제주의와 그 배신’ 등을 저술한 실천적 인권학자다.

이 책은 인권의 역사를 전근대-계몽주의-산업혁명시대-세계대전시대-지구화시대로 나눠 살펴본다. 자유 평등 박애 관용의 인권 개념은 모든 전통 문화권 속에 그 맹아를 간직하고 있지만 18세기 서구 계몽주의에서 오늘날의 형태로 본격 발현했다.

계몽주의적 전통에서 자유주의적 1세대 인권(시민적 정치적 권리)의식이 싹텄고 산업혁명시대를 거치면서 사회주의적 2세대 인권(경제적 사회적 권리)의식을 낳았으며 제3세계적 3세대 인권(문화적 권리)의식은 세계대전의 시대를 관통하며 자라났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몇 가지 통념에 도전한다. 우선 과거 현실사회주의 국가에서 인권 침해가 광범위하게 자행된 것은 사실이나 참정권의 확대와 보통선거권의 부여 같은 제1세대 인권이 사회주의 이념 전통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또 1세대와 2세대 인권의식을 18세기 유럽 계몽주의와 그 계승자인 자유주의 및 사회주의의 산물로 바라보는 시각을 비판하면서 20세기 비서구권에서 식민주의에 대항한 투쟁이 큰 역할을 했음을 강조했다.

특히 한국어판에만 추가된 7장은 9·11테러 이후 인권운동세력을 지구화 및 미국의 적극적 역할을 지지하는 현실주의적 시저파(派)와 이에 반대하는 이상주의적 스파르타쿠스파(派)로 대별하고 지구화의 긍정적 요소와 미국의 역할을 인정하면서 참여를 통한 개선을 추구하는 신현실주의 노선을 제창한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선다. 원제 ‘The History of Human Rights’(2004년).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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