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자신이 아는 모든 할머니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 줄 아는 소피네 할머니, 축구를 좋아하는 존티네 할머니, 손녀에게 줄 목도리를 만들기 위해 뜨개질을 하는 앨리스네 할머니…. 그렇게 한 명씩 소개하면서 소년은 매번 똑같은 말을 덧붙인다. “그렇지만 우리 할머니는 달라요.”
도대체 ‘우리 할머니’는 어떻기에?
“우리 할머니는 창밖을 바라보시면서 산들바람에 맞춰 몸을 움직이세요. 우리 할머니는 다르기 때문이지요.”
‘치매’라는 무거운 주제도 이처럼 서정적으로 풀어낼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그림책. 담백한 수채화 그림과 간결한 문장이 잘 어우러졌다.
“할머니는 자기가 누군지 기억을 못하십니다.”
담담한 소년의 말투가 오히려 슬프게 느껴지지만, 할머니를 향한 따스한 애정이 묻어나는 소년의 마지막 말은 이내 어른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하지만 괜찮아요. 나는 할머니가 누구인지 알고 있으니까요.”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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