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올라프의 해저 탐험’

  • 입력 2005년 12월 10일 02시 54분


◇올라프의 해저 탐험/폴커 크리겔 지음·이진영 옮김/48쪽·8500원·문학동네어린이(초등 1년생 이상)

산타의 짝꿍인 순록 중에서 가장 유명한 녀석은 루돌프일 것이다. 빨간 코가 콤플렉스였던 루돌프. 이 책의 순록도 콤플렉스가 있다. 뿔이 너무 크다. 게다가 하나뿐이다. 하나는 나무에 걸려 부러졌다. 이름은 루돌프가 아니라 올라프. 이 녀석도 루돌프처럼 ‘왕따’였다. 그렇지만 루돌프처럼 산타를 만나고 삶이 달라졌다.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준다’는 크리스마스 전설의 뼈대는 그대로다. 하지만 나머지 설정은 전혀 다르다. 시간대는 크리스마스이브가 아니라 하지(6월) 즈음이고, 장소는 깊은 바다 속이다. 산타가 선물을 주는 대상은 아이들이 아니라 해적이다.

올라프는 산타와 아이스하키를 하다가 얼음 구멍에 풍덩 빠진다. 물 밑에서 불빛을 본 올라프는 산타에게 해저 탐험을 하자고 제안한다. 바다 밑에서 해적들을 만난다. 200년 전 보물선을 약탈하다 배가 침몰해 버렸단다. 마법에 걸려 바다 위로 나갈 수가 없어, 보물은 가득한데 먹는 메뉴는 늘 생선이다. 해적들의 소원은 죽기 전에 크리스마스 요리를 먹어보는 것. 선장은 거위 요리를 갖다 주면 보물 상자를 주겠다고 약속한다.

이 책은 온통 산타 전설 무너뜨리기다. 산타는 한쪽 눈이 유리로 돼 있고, 순록한테 뚱뚱하다고 핀잔을 주고, 보물을 챙겨 가겠다고 기중기까지 갖고 온다.

당대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로 불린 폴커 크리겔(1943∼2003)이 만들어낸 산타는 그간 알려진 것처럼 뚱뚱하고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는 아니다. 그렇지만 매우 인간적이다. 물에 들어가고 싶은 눈치는 아니지만 올라프와의 우정 때문에 열심히 잠수장비 연습을 하는 모습, 고래가 보물 상자를 꿀꺽 삼켜 버리자 “고래는 배가 아파 죽을 고생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살짝 심통을 부리는 모습 등이 그렇다.

유쾌한 문체와 재치 있는 상황 속에서 ‘우정’이라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 꽁꽁 얼어붙은 북극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곳에서 나누는 산타와 순록의 우정은 따뜻하다. 작가는 둘의 우정을 때로는 의뭉스럽게, 때로는 입심 좋게 풀어낸다.

그림이 예쁘고 유머가 듬뿍 담겼다. 이 책은 폴커 크뤼겔의 ‘올라프 시리즈’ 전 3권 중 마지막 권이다. 울라프의 외뿔의 기원은 첫 권에 실렸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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