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조승우 내년 ‘지킬 앤 하이드’ 공연앞두고 도쿄회견

  • 입력 2005년 12월 10일 02시 55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일본에 진출하는 조승우가 8일 일본 언론과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도쿄 시부야 셀루리안 호텔의 회견장에 들어서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 오디 뮤지컬 컴퍼니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일본에 진출하는 조승우가 8일 일본 언론과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도쿄 시부야 셀루리안 호텔의 회견장에 들어서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 오디 뮤지컬 컴퍼니
출국신고서에 적힌 그의 직업은 ‘단국대 학생’, 일본 입국신고서에 적힌 그의 직업은 ‘businessman’.

7일 오전 ‘학생’으로 한국 김포공항을 떠나 2시간 뒤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 ‘비즈니스맨’으로 도착한 사람은 바로 조승우(25)였다.

내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일본 공연을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을 위해 도쿄를 찾은 것.

조승우의 ‘지킬 앤 하이드’ 일본 공연은 그가 톱스타가 된 후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지역으로의 ‘첫 진출’이다. 뮤지컬에도 ‘한류 열풍’이 불어올지를 판단할 가늠자가 될 작품이라 한일 양국에서도 관심이 많다. 그의 1박 2일 일본 방문을 동행 취재했다.

조승우가 입국장을 빠져나오자 그를 알아본 30여 명의 일본 여성이 더듬거리는 한국말로 “조승우 씨, 말아톤 조승우 씨”라며 몰려와 사인 공세를 펼쳤다.

이날 저녁 일본 배우들이 공연하는 ‘지킬 앤 하이드’를 관람하기 위해 그가 긴자 인근의 니세이 극장을 찾았을 때 그와 같은 줄에서 공연을 본 하세가와 시노부(36)라는 일본 여성은 “(일본에 와 줘서) 너무너무 고맙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스스로를 한류 스타라고 생각할까?

“일부 뮤지컬 마니아 팬은 있겠지만 일본에서는 신인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지킬 앤 하이드’를 할 때 일본 관객이 많이 보러 와 깜짝 놀랐고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한국으로 공연 보러 오세요, 하는 대신 이번엔 제가 일본에서 공연을 보여 드린다는 것일 뿐 한류 스타의 대열에 끼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40여 개의 이른바 ‘한류 매체’가 개별 인터뷰를 신청했고 기자회견에는 150여 개 매체에서 200명에 가까운 일본 기자가 참석해 ‘새로운 한류 스타 조승우’에게 쏠리는 일본 열도의 관심을 보여 줬다.

한류 스타 관련 연말 특집기사를 준비 중이라는 ‘주간 아에라’의 구와하타 유카(37) 기자는 “‘내년에 주목할 한류 스타’로 선정된 8명 중 한 명이 조승우”라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일본 공연과 함께 한류 스타로 떠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도 힘든 빡빡한 인터뷰 일정을 소화한 뒤 조승우는 “제가 너무 어눌하고 말을 못하죠?” 했다. 그의 말투는 느렸지만 길게 말할 때도 중언부언 하는 법이 없었다.

일정 틈틈이 잡다한 이야기가 오갔다. “군대는 당연히 갈 거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니 당분간은 계획이 없다” “김성기(뮤지컬 배우) 선배님 목소리를 뺏어다가 ‘하이드’ 목소리 낼 때 쓰고 싶다”…. “가장 최근에 본 뮤지컬은 ‘그리스’다. 누나(뮤지컬 배우 조서연)가 출연하니까….”

‘지킬 앤 하이드’는 지난해 국내 초연 당시 98%라는 기록적인 객석 점유율로 영화보다 먼저 ‘조승우 열풍’을 일으켰다. 일본에서도 영화보다 ‘지킬 앤 하이드’로 먼저 인기몰이를 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국내에서 5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던 흥행작 ‘말아톤’은 일본에선 35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반면 뮤지컬 팬들은 일부러 비행기를 타고 서울까지 날아와 조승우의 공연을 보고 갔다.

“말아톤 일본 개봉 때 무대 인사라도 직접 와서 했으면 흥행이 더 잘 되지 않았겠느냐”고 묻자 “일부러 그렇게 ‘붐’을 일으키는 것도 싫고 공연을 통해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 실제의 나를 먼저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현재 극단 도호가 ‘지킬 앤 하이드’를 공연하고 있다. 한국과는 달리 일본판에서는 55세의 중견 배우 가가 다케시가 주인공이다. 공연이 끝난 뒤 무대 뒤로 그를 만나러 갔다. 그는 또렷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조승우가 공연장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아침부터 하루 종일 연습했다고 했다.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한국 뮤지컬은 올해 공연된 ‘갬블러’가 호평을 받았을 뿐 아직 일본에서 ‘한류 붐’을 일으키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는 ‘겨울연가’ ‘지킬 앤 하이드’ ‘겨울나그네’ 등 한국 뮤지컬들이 잇달아 한국어로 일본 무대에 올려진다.

‘지킬 앤 하이드’의 제작자 신춘수 오디 뮤지컬 컴퍼니 대표는 “일본의 ‘지킬 앤 하이드’와는 전혀 다른 젊고 파워풀한 ‘지킬 앤 하이드’를 선보일 것”이라며 “이를 통해 한국 뮤지컬을 평가받고 일본 시장의 교두보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새로운 도전의 중심에 조승우가 있다.

‘지킬 앤 하이드’는 내년 3월부터 일본 도쿄(13∼19일)와 오사카(22∼24일)에서 공연된다.

도쿄=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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