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86>高(높을 고)

  • 입력 2005년 12월 12일 02시 55분


高는 갑골문에서 윗부분은 지붕이고, 중간은 몸체를, 아랫부분은 기단으로, 땅을 다져 만든 기단 위에 높게 지은 건축물을 그렸다. 금문에 들면서는 2층 구조로 변했고, 한나라 때 출토된 건물 모형에서는 이미 5, 6층 건물이 등장했다.

그래서 高는 ‘높다’가 원래 뜻이고, 여기서 高尙(고상)이나 지위의 높음까지 뜻하게 되었다. 高로 구성된 글자들도 모두 ‘높다’는 뜻을 가지는데, 嵩(높을 숭)은 높은(高) 산(山·산)이라는 뜻으로 소림사가 있는 곳으로 잘 알려진 嵩山을 지칭한다. 中嶽(중악)으로도 불리는 嵩山은 그 높이가 1500여 m로 높지는 않으나 중원의 평평한 평지에서 우뚝 솟은 산이라 여느 산보다 높고 웅위하며 신비한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또 鎬(호경 호)는 산시 성 시안 부근에 위치했던 周(주)나라의 수도를 말했지만, 원래는 ‘데우는 용기’라고 풀이한 ‘설문해자’의 해석처럼 키가 큰(高) 청동기(金·금)를 말했다. 커다란 청동기는 九鼎(구정)의 전설에서 보듯 한 왕국의 상징이었고, 그러한 상징 기물이 보관되어 있는 곳, 그곳이 ‘수도’였다.

그리고 敲(두드릴 고)는 높다란 집을 손으로(복·복) 두드리는 모습을, 蒿(쑥 호)는 쑥쑥 곧게 높이 자라는 식물(艸·초)인 쑥의 특성을, 膏(살찔 고)는 살(肉·육)이 불룩하게 높이(高) 솟아 살찐 모습을, 호(장마 호)는 장마가 져 물(水·수)의 수위가 높게(高) 불어난 것을 말한다. 또 稿(볏짚 고)는 탈곡을 위해 높이(高) 쌓아 놓은 벼(禾·화)를 말했는데 이후 가공이 필요한 ‘草稿(초고)’라는 뜻까지 생겼다.

그런가 하면 高의 생략된 모습으로 결합된 한자도 있는데, 亭(정자 정)은 못(丁·정, 釘의 원래 글자)처럼 곧추선 ‘정자’를, 豪(호걸 호)는 멧돼지(豕·시)의 높이 자란 털처럼 ‘힘센 사람’을, 毫(가는 털 호)는 높이 자라야만 그 가늠을 알 수 있는 털(毛·모)의 속성을, 亮(밝을 량)은 높은 곳에 선 사람(인·인)에서 ‘드러남’을, 喬(높을 교)는 발(止·지, 趾의 원래 글자)을 높이 든 모습을 그렸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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