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영화 ‘작업의 정석’ 주연 송일국

  • 입력 2005년 12월 15일 03시 10분


사진 제공 젊은기획
사진 제공 젊은기획
그는 정말 바람둥이일까. ‘애정의 조건’ ‘해신’ 등의 TV 드라마에서 한 여자만을 올곧게 사랑하는 순애보 연기를 통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남자’로 자리 매김한 송일국(34·사진). 그가 21일 개봉되는 영화 ‘작업의 정석’(감독 오기환)에서 “보름달이 뜬 밤 은수저로 홍차를 저으면 요정이 나타난대. 그런데 그 요정이 바로 여기에 있네…” 하는 미끌미끌한 멘트를 날리는 ‘작업남’으로 실감나게 변신한 것이다. 그는 역시 ‘작업 9단’에다 ‘내숭 10단’인 펀드매니저(손예진)를 만나 강호의 고수 자리를 두고 건곤일척의 대결을 벌인다.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은 송일국을 13일 만났다. ‘배우 송일국’과 ‘인간 송일국’을 관통하는 4개의 키워드에 대해 그가 말했다.

① 소시지

어머니(배우 김을동)가 활동하느라 거의 집에 안 계셨다. 시간 많겠다, 집안에 부모님 없겠다, 공부는 지지리 못하겠다…, 비뚤어질 기회도 많았다.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건 어머니 때문이었다. 밤늦게 피로한 모습으로 귀가한 어머니는 밤새도록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때론 서럽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초중고교를 나왔는데, 점심시간에 애들 도시락을 보면 콩으로 하트무늬를 그려 준 극성 어머니들도 있었다. 일하는 아주머니가 싸 준 성의 없는 도시락을 먹어야 했던 나는 어느 날 반찬통을 열어 보고 펑펑 울었다. 주황색 소시지 두 개만 달랑 들어 있는 게 아닌가. 잘게 썬 것도 아닌, 원기둥 모양의 소시지가 날것 그대로….

② 장동건

나는 미남이 아니다. 얼마 전 한 신문을 보니까 장동건 선배가 “난 미남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고 하던데, 하물며 내 얼굴로 어디다가 명함을 내밀까. 내 얼굴은 무서운 편인 것 같다. 촬영장에선 일부러 스태프와 짓궂은 장난을 ‘오버’해서 친다. 가만히 있으면 다들 화난 줄 알기 때문에…. TV에선 줄곧 악역으로 캐스팅됐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내 얼굴에서 연민을 느껴 주었고 그런 반응이 바로바로 대본에 반영돼 내 캐릭터는 변해갔다. 운이 무지 좋았다.

③ 깔때기

영화를 찍으며 절감했다. 진정한 ‘선수’는 결코 문어발식으로 여러 여자를 사귀는 게 아니다. 오로지 한 여자한테 충실하다. 다만 그 기간이 짧은 것뿐이지. ‘선수’가 역점을 두는 것은 만남이 아니라 헤어짐이다. 요는 어떻게 ‘쿨’하게 헤어지느냐다. 상대로 하여금 먼저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도록 만드는 그 기술…. 난 모든 남자는 ‘깔때기’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수단과 방법은 모두 다르지만, 남자의 목적은 오로지 ‘그것’(섹스) 하나이기 때문이다. 여자는 다른 것 같다. 백인백색, 천인천색, 만인만색이다.

④ 살

한때 몸무게가 105kg이었다. 산악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 스키, 웨이트트레이닝…, 혼자 하는 운동이라면 가리지 않고 하면서 25kg 이상을 뺐다. 식탐이 강해서 눈앞에 보이는 음식을 닥치는 대로 먹었던 나는 결국엔 두유와 풀(채소) 종류만 남겨 놓고 냉장고를 비워 버렸다. 어느 날 냉장고를 열어 본 어머니가 열불이 나셨다. “아니 이 미친놈아, 너만 입이야. 차라리 다 갖다 버려!” 하시면서 나머지 음식마저 죄다 끄집어내시는 거였다. 나는 문을 쾅 닫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덜덜 떨며 지켜보던 속없는 매니저가 100L들이 쓰레기봉투 2개를 사 와서는 정말 다 갖다 버렸다. 그랬더니 어머니는 진짜로 화가 나셨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 우문현답 1

기자=철인3종경기협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지만, 채식주의자예요. 어떻게 풀만 먹고 수영, 마라톤, 사이클을 다 할 수 있죠?

송일국=아니, 소가 돼지고기 먹고 힘내서 밭을 가나요?

○ 우문현답 2

기자=영화 제목이 고교 수학 참고서의 대명사 ‘수학의 정석’을 빗댄 말이죠. 학창시절 ‘수학의 정석’은 잘 풀었나요?

송일국=베개론 최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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