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88>투(싸울 투)

  • 입력 2005년 12월 16일 03시 01분


(두,각,투)는 갑골문에서 두 손으로 서로를 상대로 싸우는 모습인데, 마주한 사람의 머리칼이 위로 치솟아 화를 내며 싸우는 모습임을 구체화했다. ‘설문해자’에서는 소전체에 근거해 ‘병사가 싸우는 모습으로, 무기는 뒤에 있다’고 했지만, 맨손으로 싸우는 모습이지 무기를 가진 병사의 싸움이라 보기는 어렵다. 해서에 들면서는 소리부인 豆(콩 두)와 손동작을 강조한 寸(마디 촌)이 더해져 鬪(싸움 투)가 되었고, 현대 중국의 간화자에서는 발음이 같은 斗(말 두)에다 합병시켰다.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싸움을 오락의 일부로 삼았다. 닭싸움(鬪鷄·투계), 개싸움은 물론 심지어 귀뚜라미 싸움까지 지금도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닭싸움은 압권이라 할 만하다. 경기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두 시간에 걸쳐 한쪽이 죽을 때까지 싸우는 경기를 보노라면 인간이 이토록 잔인한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인도에서 鬪鷄 광경이 새겨진 기원전 25세기 경의 유적지가 발견되었을 정도로 그 역사가 길고, 중국의 경우 전국시대 노나라의 대 권력가였던 季(계)씨와 e(후)씨가 불공정한 닭싸움을 벌였으며, 당나라 현종도 닭싸움에 한없이 빠져들었고 ‘아이를 낳으면 글공부보다는 닭싸움을 시킨다’는 당시의 유행처럼, 인간이 닭싸움에 탐닉하는 것은 아마도 닭의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닭은 일족에 대한 보호본능이 어느 동물보다 강하여 가장과 무사로서의 역할을 잘 상징할 수 있는 동물이며, 특히 수탉의 볏(鷄冠·계관)은 벼슬과 관직을 뜻하였기에, 가부장적 사회에서 닭은 남성과 권력의 상징 그 자체였다.

그래서 (두,각,투)가 든 글자들은 모두 ‘싸움’과 관련되어 있다. 예컨대 (항,홍)(싸울 홍)은 함께(共·공) 싸우는((두,각,투)) 것을, 혁(다툴 혁)은 아이처럼(兒·아) 싸우고((두,각,투)) 다툼을, 함(고함지를 함)은 짐승이 으르렁거리며 싸우듯 용감하게(敢·감) 내지르는 고함을 말한다. 또 鬧(시끄러울 뇨)는 다툼과 싸움((두,각,투))이 항시 벌어지는 시장(市·시) 바닥의 ‘시끌벅적함’을 그렸고, 이로부터 ‘소란을 일으키다’ 등의 뜻이 나왔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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