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생활과 가장 밀접한 가구에 행복과 부에 대한 염원을 나비 문양으로 새겨 넣었다.
이 같은 중국 나비장은 중국인들이 혼수나 새집을 장만할 때 맨 먼저 챙기는 것 중 하나다.
오리엔탈 가구 전문브랜드 ‘아시안데코’의 박은미 이사는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에서 보듯 중국인에게 나비는 현실과 꿈을 이어주는 영혼의 촉매제”라며 “나비장은 현실에서 도달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꿈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중국 나비장이 인테리어 패션 음식 등 생활 전반에 걸친 오리엔탈 트렌드를 타고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뿐 아니라 티베트 양식의 가구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 이국적 신비와 동양적 친근함
플라워 부티크 ‘원파인데이’의 박준영 대표는 중국 나비장 마니아다. 2002년 영국 유학 시절 오리엔탈 가구 박람회에서 나비장이 주는 아름다움에 매료돼 현재 나비장을 포함해 오리엔탈 가구만 12점을 가지고 있다.
그가 말하는 오리엔탈 가구의 매력은 화려한 색채가 주는 이국적 신비와 동양의 소박한 친근함이 함께 살아 있다는 점. 그는 “중국 나비장은 서양 스타일의 파티에 디스플레이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이중성을 지녔다”고 말했다.
모든 공정이 수공예로 이뤄지는 것도 중국 나비장의 매력. 중국 가구는 시간이 흐를수록 나뭇결과 색이 살아나는 느릅나무를 10번 이상 찌고 말린 고품질의 목재로 만든다. 나무를 상하게 하는 못질은 배제하고 나무와 나무를 엮어 자연스러우면서도 견고하다.
독특한 광택을 살리기 위해 옻칠도 12번 넘게 한다. 옻은 방수 방습 효과가 탁월하며 친환경적이다.
수입가구 전문브랜드 ‘젠텍’의 박은경 마케팅 실장은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이들도 중국 나비장같은 친환경 소재의 가구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 황금색 가구 인기
중국 나비장의 종류는 CD장이나 서랍장(3, 4단) 등 소품부터 장롱이나 침대까지 다양하다. 가격도 20만원대부터 500만 원이 넘는 것도 있다.
중국 현지 가정에서 쓰던 것을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구들이 인기다. 40∼50년의 세월을 거친 듯 문양이 오래되고 흠집도 다소 있는 게 더 비싸다. 이 때문에 중국이나 티베트의 가정에서 사용하던 중고 제품도 수입된다고 한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진짜’ 중고보다 오래된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신제품이 더 인기가 좋다.
최근에는 황금빛이 영롱한 금분(金粉)나비장과 금분화조(花鳥)장이 인기. 중국 황제의 색인 황금색을 쓴 이 가구들은 화려하고 우아해 혼수 품목으로 많이 팔린다.
나비장 못지 않게 눈길을 끄는 화조장은 매서운 추위를 물리치고 피는 매화의 문양을 새긴 것. 화사한 아름다움과 더불어 절개와 지조를 상징하는 동양의 철학이 반영되어 있다.
박 이사는 “기존 제품을 구입하기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문양이나 스타일을 주문하는 고객도 늘고 있다”며 “같은 나비장이라도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개성을 먼저 생각하는 게 최근의 경향”이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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