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 경영혁신의 화두는 ‘블루오션’ 전략이었다. 경쟁자가 없는 푸른 바다에서 먹이를 독식하자는 주장은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그 푸른 바다를 지배하는 기업이 과연 그 바다를 처음 발견한 기업일까?
이 책은 뭐든지 맨 처음 하는 것이 좋다는 고정관념을 통렬히 깨버린다. 그 대신 ‘재빠른 2등(Fast Second)’이 되라고 한다. 초창기 시장 개척자들은 블루오션을 찾아내도 경쟁자에게 쉽게 빼앗겨 버리기 때문. 블루오션을 찾아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바다를 지배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갓 생긴 혁신적인 시장은 대개 크지도 않고 안정돼 있지도 않다. 소비자들도 기존의 습관을 버려야 하고 새로운 제품의 사용법을 배우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한다. 이러한 ‘전환비용’ 때문에 시장에선 저항이 생겨난다. 이때 ‘재빠른 2등’이 등장해 고객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지배적 디자인을 만들어내면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결국 성공의 핵심 요인은 ‘빨리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타이밍’에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IBM, GE, 캐논, 아마존 등 세계를 지배하는 마켓 리더들은 모두 시장 개척자들이 아니라 ‘재빠른 2등’ 전략을 펼친 기업들이다. 포드의 ‘모델T’는 초기 자동차 시장을 통합했지만, 대중시장 공략에서 GM에 밀려 자동차 역사에서 사라졌다. 일회용 기저귀 시장에서 P&G는 저렴한 가격으로 초기 개척자인 존슨앤드존슨을 밀어냈다. 그러나 ‘재빠른 2등’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재빠른 2등은 아주 능동적이어야 하고, 1등만큼이나 빨리 움직여야 한다. 신기술을 익혀야 할 뿐 아니라 제품 설계, 제조 및 유통계획, 그리고 적절한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만 한다. 결국 재빠른 2등은 1등이 하는 모든 일, 그 이상의 일도 해야 한다.
저자는 대기업이 시장을 창조하기 위해 작은 신생기업의 창조성과 도전정신을 배워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비판한다. 작고 민첩한 신생기업은 시장 침투에 강하지만, 안정된 대기업들은 시장 강화에 강하다는 것. 저자는 “대기업이 자신의 DNA에 맞지 않는 시장 침투에 애쓰는 것보다 그들이 잘할 수 있는 일(시장 강화)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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