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력)은 청동기의 대표인 세발 솥(鼎·정)과 닮았으되 다리(足·족)의 속이 비어 물이 빨리 데워지도록 고안된 청동 솥이다. 제사의 희생으로 쓸 양을 자주 삶았던지 羊(양 양)이 더해진 자형도 종종 등장한다. 물론 모든 용기가 질그릇에서 시작하듯 (격,력)도 陶器(도기)에서 시작했으나 청동기가 유행하자 이를 강조하기 위해 金(쇠 금)을 더한 h(다리 굽은 솥 력)을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격,력)은 ‘솥’이나 ‘삶다’는 뜻과 관련된다. 예컨대, (국,육,죽)(죽 죽)은 아래가 죽을 끓이는 용기인 (격,력)이고, 위의 중간은 재료인 쌀(米·미), 그 양쪽은 피어오르는 수증기를 그렸는데 弓(활 궁)으로 잘못 변했다. 중간의 米가 삶다는 뜻의 者(놈 자, 煮의 원래 글자)로 바뀌면 g(삶을 자)가 된다.
또 獻(바칠 헌)은 원래 (격,력)과 犬(개 견)으로 구성되어, 제사에 ‘바칠’ 개고기(犬)를 솥((격,력))에 삶는 모습을 그렸는데, 금문에 들면서 소리부인 호(호랑이 호)가 더해져 獻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融(화할 융)은 (격,력)이 의미부이고 (충,훼)(벌레 충)이 소리부로, ‘설문해자’에서는 솥((격,력))에서 김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그렸다고 했다. 하늘로 올라간 김은 공기와 섞이고(融合·융합), 김은 공기 속을 흘러 다님으로 해서 다시 金融(금융)에서처럼 유통이라는 뜻이 생겼다.
나머지, 隔(사이 뜰 격)은 阜(언덕 부)가 의미부이고 (격,력)이 소리부인 구조로, 칸막이 벽(隔璧·격벽)처럼 어떤 공간을 담(阜)으로 隔離(격리)한 것을 말하며, 膈(횡격막 격)은 동물체의 기관이나 조직을 가르고 있는 막(肉·육)을 말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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