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연휴는 사막의 오아시스다. 주말과 공휴일이 붙으면 그야말로 ‘황금연휴’. 그러나 2006년은 연휴가 많지 않다. 1월 1일부터 일요일이고, 삼일절(3월 1일)은 수요일. 2006년에 주말과 공휴일이 연결된 때는 4차례. 월차 휴가를 더하면 4일 연휴를 두 차례 즐길 수 있다. 10월에는 9일짜리 ‘대박’ 연휴가 기다린다. 직장인의 48.7%가 연휴에 가장 하고 싶은 일로 ‘여행’을 꼽았다고 한다. 내년 연휴에 적합한 여행지를 전문가에게 들었다.》
○ 1월 28일(금)∼30일(일) 태국 방콕
가까운 해외 도시를 한 군데 가는 ‘원 스톱 여행’을 추천한다. 익숙한 듯하지만 참맛을 잘 모르는 태국의 방콕이 좋다.
방콕은 고전과 현대가 어루러져 있다. 왕궁이나 유적지가 밀집된 올드 타운만 보면 지저분하다는 인상을 받지만 뉴타운은 서울 강남에 못지않게 화려하다. 볼거리는 세계적인 주말 시장인 ‘차뚜차(Chatuchak)’. 27개 구역에 가게 수만 7000여 개로 ‘없는 게 없는’ 곳이다.숙박시설은 하룻밤 2000원인 여관부터 수십만 원짜리 특급호텔까지 다양하다.
○ 5월 5일(금)∼7일(일) 담양·함평·고창
5월은 남도의 무르익은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시기. 푸른 빛이 넘실대는 전남 담양∼함평∼전북 고창 코스를 추천한다.
5일 오전에 출발해 담양의 대나무골 테마공원으로 간다. 5월은 대나무 빛이 가장 고와 1,2시간 머물면 심신마저 자유롭다. 오후에는 금성산성에 올라 산성과 어우러진 담양의 전경을 한눈에 본다. 6일엔 함평에서 나비축제를 본다. 봄의 완성이라 불리는 자운영과 어울린 나비의 모습은 한번 보면 잊지 못한다. 이후 10분 정도 떨어진 돌머리해수욕장이나 고창으로 이동하는 길에 있는 구시포해수욕장에서 봄 바다 냄새를 맡아보자. 알이 꽉 찬 봄 주꾸미는 꼭 먹어볼 것.
6일 밤 고창에서 묵은 뒤 오전 일찍 선운사에 오른다. 이때쯤 송이째 떨어지는 선운사 동백의 낙화에는 따뜻한 차 한잔이 어울린다.
○ 6월 3일(토)∼6일(화) 일본 도쿄
여름 여행 성수기 직전인 6월은 해외 여행에 최적기. 짧은 일정을 고려하면 중국의 중북부 지역도 좋지만 황사 시즌이어서 포기해야 한다. 일본 도쿄(東京)가 베스트 추천 여행지.
도쿄행 비행기는 많지만 대부분 오전이나 낮에 출발해 금요일 밤에 떠나지 못한다는 게 아쉽다. 4일 일정이라면 여행사 패키지 상품이 좋다. 성수기 직전이라 저렴하고, 물가가 비싼 도쿄의 숙박비와 교통비를 생각하면 혼자 다니기에 부담스럽다. 상품은 하코네와 요코하마, 디즈니랜드 등 도쿄 근교를 중심으로 한 것을 선택한다. 시내 관광은 하루 정도만 할애하는 게 좋다.
○ 7월 15일(토)∼17일(월) 보길도
연중 항공권 요금이 가장 비싼 데다 연휴에는 가격이 더 오르므로 해외 여행은 피하는 게 좋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최남단의 전남 보길도를 추천한다.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해남까지 내려가 ‘땅끝마을’에서 배를 탄다. 저녁 시간에 배를 타면 감상할 수 있는 노을은 보너스다.
윤선도의 유배지였던 이 섬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깨끗한 바다가 일품이다. 모래가 곱고 경관이 빼어난 중리 통리해수욕장을 잇는 해안도로는 자전거 코스로도 좋다.
무엇보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검은 조약돌이 해안을 메운 예송리해수욕장. 맑은 물을 비롯해 1km에 걸친 상록수림, 조약돌이 파도를 타고 구르며 내는 소리는 두고두고 잊지 못한다. 해수욕장 개장은 15일경.
○ 8월 12일(토)∼15일(화) 일본 홋카이도
일본의 4개 주도 가운데 북단에 있는 홋카이도를 추천한다. 한여름에도 평균기온이 20도로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다. 홋카이도는 겨울 눈축제를 떠올리지만 한여름의 홋카이도도 눈부시다. 겨울엔 해가 짧고 너무 추워 여름철 관광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
대한항공에서 매일 오전 출발하는 비행기가 있지만 성수기여서 좌석 구하기가 쉽지 않다. 최소 한 달 반 전에 예약해야 한다.
○ 9월 30일(토)∼10월 8일(일) 유럽 지중해
2006년 최고의 연휴. 거창한 여행 계획을 세워보자. 발품을 조금만 팔면 여름휴가에도 가기 힘든 그리스와 터키, 이집트를 돌아볼 수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세 나라 연계 상품은 10일짜리여서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10월 초는 지중해 여행의 적기. 늦여름 날씨여서 낮에는 노천 수영장이나 바다에서 수영도 즐길 수 있다. 성수기보다 여행객이 적어 여유롭다.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에 가면 노천 카페에서 만든 맥주는 필수 코스.
세 나라의 명소는 일일이 거론하기 어렵다. 수천 년을 이어 내려온 역사 유적지 외에도 온화한 날씨와 순박한 주민들이야말로 지중해가 세계적 여행지로 손꼽히는 이유다. 단체 관광보다 숙박 장소만 미리 정하는 호텔팩이 좋다.
○ 12월 23일(토)∼25일(월) 홍콩
연말은 일년 중 가장 여행하기 어려운 시기. 항공 및 숙박 시설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겨울철에도 온화한 홍콩이 적격이다. 유럽의 크리스마스 시즌에 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 ‘산타 마을’이 들어서고, 대형 세일도 열려 쇼핑에도 좋다.
올해 문을 연 홍콩 디즈니랜드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만 하다.
추천=김남경 여행정보매거진 ‘트래비’ 취재팀장
이진경 천소현 여행작가·하나투어
정리=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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