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음악]래퍼 ‘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듀엣 추모앨범 내

  • 입력 2005년 12월 28일 03시 01분


사진 제공 워너뮤직코리아
사진 제공 워너뮤직코리아
‘비기’(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The Notorious B.I.G.의 애칭·사진) 씨 보시오.

음악의 힘은 대단하오. 9년간 무덤에 잠들어 있던 당신을 깨울 줄 누가 알았겠소.

당신과는 영영 이별이라 생각했는데…. 19일 당신이 지상으로 던진 새 앨범 ‘듀에츠-더 파이널 챕터’를 들으니 흐뭇하오. 둔탁한 목소리, 정제되지 않은 욕설, 혀 짧은 발음…. 9년 전 육중한 몸을 이끌고 손가락을 내리꽂던 당신 맞소.

당신이 생전에 녹음으로 남긴 랩에 ‘잘나가는’ 당신의 동료와 후배 힙합 아티스트 36명이 입을 맞춰 주었소. 당신을 스타로 만들었던 프로듀서 겸 래퍼 피 디디를 비롯해 제이 지, 백인 래퍼 에미넴, 알 켈리, 심지어 뉴 메탈 그룹 ‘콘’까지 참여한 것은 놀랍소. 또 당신보다 반 년 먼저 무덤으로 들어간 당신의 라이벌 래퍼 투팍과 암으로 세상을 떠난 자메이카 가수 밥 말리의 목소리도 참여했소.

피 디디와 넬리가 당신의 목소리에 랩을 합친 첫 싱글 ‘내스티 걸’에서 당신은 여전히 여자를 밝히오. ‘콘’이 랩을 한 ‘웨이크 업’이나 에미넴이 프로듀싱을 맡은 ‘잇 해즈 빈 새드’ 등에서 당신의 흥겨운 목소리를 듣자니 당장이라도 당신이 무덤에서 뛰쳐나올 것만 같소. 그러나 마냥 흥겹기만 한 것은 아니오. 당신의 두 딸은 수록곡 ‘더 그레이티스트 래퍼’에서 더듬거리며 “우리 아빠는 최고의 래퍼였다”라고 말하고 있소. 비기. 우리 곁을 떠난 뒤에도 당신은 여전히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소. 1997년 유작 앨범 ‘라이프 애프터 데스’가 700만 장이나 팔렸고 2000년에는 새 음반 ‘본 어게인’도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했잖소. 2001년에는 마이클 잭슨의 앨범 ‘인빈서블’에도 당신이 남긴 목소리가 등장했었소.

래퍼들끼리 무진장 싸웠던 시절인 1997년 3월 9일, 의문의 총성과 함께 100kg이 넘는 당신은 쓰러졌소. 그러나 이제 동부, 서부 래퍼들의 갈등은 없는 듯하오. 적어도 이번 추모 앨범에서는 말이오. 다음번엔 또 어떤 작품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거요? 우리 몰래 음반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무리하지는 마오. 그 육중한 몸이 홀쭉해질까 두렵소.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