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욱교수 “한국 보수세력의 뿌리는 조선말 개화파”

  • 입력 2005년 12월 29일 03시 01분


한국 보수세력의 사상적 계보와 인맥을 종합 분석한 연구서가 처음으로 나왔다.

동아일보 편집국장과 상무이사, 문화일보 사장을 지낸 남시욱(南時旭·사진) 세종대 석좌교수가 최근 펴낸 654쪽짜리 ‘한국 보수세력 연구’(나남출판사)가 그것.

이 책은 조선말의 개화운동에서부터 지난해 말 나타난 뉴라이트 운동까지 120년이 넘는 시간대를 다루고 있다. 특히 이승만(李承晩) 정권 말기 이후 한국 현대정치사에 대한 분석에는 직접 현장 기자로 활동한 저자의 경험이 녹아 있다.

남 교수는 한국의 보수세력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정치적 이념으로 삼는 우파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그 기원을 조선조 말 개화파에서 찾았다. 한국에서 자유민주주의 사상은 광복 후 미군정이 들어오기 전에 이미 개화파에 의해 민회(국회) 설립운동과 입헌군주제 도입 운동 등으로 그 싹이 나타났으며 이는 대한제국 멸망 후에도 공화주의로 발전해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들 근대화 세력은 1920년대에 사회주의자들과 구분해 민족세력 또는 우파세력으로 불리게 되고, 해방공간과 6·25전쟁 당시에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지키는 데 앞장서면서 반공을 기치로 내세우게 됐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그러나 남 교수는 “신념 체계가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언제나 그 신념대로 행동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정치세계에서는 이념과 현실 사이에 항상 괴리가 있으며 그 때문에 한국의 보수세력 역시 긍정과 부정 양면의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

남 교수는 한국 보수세력이 범한 과오로 일부 세력이 친일파로 변절하고 분단정권을 수립했으며 권위주의정권 수립에 앞장서거나 협력했다는 점,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으로 국민경제를 멍들게 했다는 점 등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건국과 민주화, ‘한강변의 기적’을 이루는 등 보수세력은 공로가 과오보다는 분명히 더 컸다고 저자는 강조했다. 보수세력은 2002년 대선과 지난해 4·13총선을 거치면서 한국사회 지배집단의 지위를 잃었다는 것.

그는 “오늘의 상황은 민주화는 진행됐으나 자유민주주의의 또 다른 요소인 자유주의적인 가치는 아직 구현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지적하고 그 예로 국가정보원 도청사건으로 드러난 권위주의적 정치문화, 언론시장 개입 등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들었다.

남 교수는 “자유민주주의를 기본 이념으로 삼는 한국의 보수세력이 시대적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면 자신들의 미래도 없을 것”이라며 “보수·우파세력이 새로운 보수세력으로 비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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