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화는 넓은 의미의 민화(民畵)다. 출입문에 그림이나 문자로 그려 붙인 용호 한 쌍의 용호문배도(龍虎門排圖)가 대표적이며 악귀를 쫓아준다는 호랑이와 기쁜 소식의 전령사 까치가 함께 등장하는 호작도(虎鵲圖), 불로장생을 의미하는 십장생도(十長生圖)도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은 남녀노소가 그림을 보면서 가는 해를 정리하고 오는 해를 맞는다는 세화에서 착안해 현대미술과 세화를 접목한 특별전 ‘세화견문록’을 연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미술가 16명이 회화, 설치, 조각, 영상, 디자인, 사진 등 각자의 전공 장르 작품 70여 점을 모았다. 이 시대 작가들이 전하는 행복 기원과 근하신년의 의미를 미술 작품에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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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민화 모란도의 형식을 빌린 김근중 씨의 그림, 원형 틀에 닭 그림을 수십 개 그려 벽에 붙인 김현지 씨의 설치작, 길상(吉祥)을 상징하는 한국의 동물 12가지를 등장시킨 임영길 씨의 설치작, 플라스틱 폐자재에 색채를 입혀 화조도를 우화적으로 만든 서희화 씨의 그림 등에선 전통을 버리지 않고 현대적 미학으로 되살리려는 작가들의 시도를 엿볼 수 있다.
젊은 작가들의 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도 많다.
‘믿을 신(信)’자를 여자 얼굴이 달린 앵무새와 나무로 기괴하게 표현하거나(서은애 씨), 전통 나비장과 냉장고를 결합시킨 채색화를 그리거나(박지나 씨), 책이 꽉 찬 서고에 팝아트적 요소를 접목시키고(홍경택 씨), 매화나무에 꽃 대신에 팝콘을 매달아 찍은 사진(구성연 씨), 전통 음식재료인 쪽파 한 단을 머리에 얹고 있는 여성의 얼굴 사진(데비한 씨) 등은 경쾌하고 거침없는 젊은 세대의 상상력을 보여 줘 웃음을 자아낸다.
건축가 서혜림 씨가 전시장 내부에 파이프를 여러 층 여러 방향으로 설치한 뒤 그 위에 작품을 걸게 만들어 전시장 자체를 하나의 설치작으로 꾸민 시도도 재미있다.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2월 12일까지. 02-580-1272∼9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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