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껴입듯 한 겹 또 한 겹
추위가 더할수록 얼음의 두께가 깊어지는 것은
버들치며 송사리 품 안에 숨 쉬는 것들을
따뜻하게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철모르는 돌팔매로부터
겁 많은 물고기들을 두 눈 동그란 것들을
놀라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얼음이 맑고 반짝이는 것은
그 아래 작고 여린 것들이 푸른빛을 잃지 않고
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겨울 모진 것 그래도 견딜 만한 것은
제 몸의 온기란 온기 세상에 다 전하고
스스로 차디찬 알몸의 몸이 되어버린 얼음이 있기 때문이다
쫓기고 내몰린 것들을 껴안고 눈물지어본 이들은 알 것이다
햇살 아래 녹아내린 얼음의 투명한 눈물자위를
아 몸을 다 바쳐서 피워내는 사랑이라니
그 빛나는 것이라니
- 시집 '적막'(창비) 중에서
겨울이 다 가기 전에 이 시를 보았기에 망정이지, 얼음에 대한 무지와 오해로 또 한 해를 맞을 뻔했다. 차갑고 시리고 딱딱하고 날카로운 줄로만 알았지 '따뜻한 얼음'이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얼음이 집이 되고 옷이 되는 것, 먼 에스키모인들의 일인 줄로만 알았다. 얼음이 가해자인 줄로만 알았다. 얼음은, 얼리는 것이 아니라 남보다 먼저 얼어서 방한이 되는 것이었구나. 저 시 덕분에 얼음산마저 훈훈하다. 저이는, 얼마나 시린 영혼이기에 얼음에서도 온기를 발견해 낸 것일까.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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